[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21대 대통령선거 이후 1년 만에 치러진 6·3 지방선거 당선인이 확정되면서, 향후 민선 9기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의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지선의 최대 승부처는 단연 착공 및 인허가 감소로 골이 깊어진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문제였다. 서울·경기·인천의 수장으로 선출된 당선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도시정비사업 신속 추진’을 핵심 카드로 꺼내 들었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큰 틀의 방향성은 일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지역적 특성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뚜렷한 노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서울·경기·인천 3인방의 공급 청사진… ‘민간 주도’ 대 ‘공공 주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연속성 있는 정비사업 추진을 기반으로 ‘신속통합기획 2.0’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아타운 등을 연계해 오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묶는 ‘정비사업 하이패스’를 통해 기존 12년 넘게 걸리던 정비기간을 10년 수준으로 단축하고, 강북권 저층 주거지의 규제를 완화해 강남·북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궤를 같이하는 ‘공공 주도형’ 공급에 방점을 찍었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공공주택 55만호를 적기에 공급하고,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등의 사업 초기 단계부터 행정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소외 지역은 LH·GH 등 공공이 직접 정비사업을 이끌도록 하며, 자금 조달을 위해 ‘경기도민 참여형 리츠(REITs)’를 도입하겠다는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했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은 체계적인 ‘단계별 민생 회복’ 기조를 택했다. 취임 100일 이내에 재개발·재건축 병목 구간을 전수조사해 ‘신속지원 대상지’를 공개하고 갈등조정관을 파견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연수·계산 등 5개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이주단지 조성과 기반시설 설치에 재투자해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 인허가 단축만으론 한계… 중앙정부 조율과 시장 여건이 관건
당선인들이 수십만 가구에 달하는 화려한 공급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실제 주택 공급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인허가 기간 단축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공급 가뭄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과 ‘금융 규제’다. 정비사업의 실질적 주체인 조합과 건설사가 사업성 악화로 몸을 사리고 있는 만큼, 분양가상한제나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같은 실질적인 시장 활성화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약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중앙정부와의 ‘협치’ 역시 핵심 변수다. 지난해 시행된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 기조 및 대출 한도 축소는 정비사업 환경을 크게 위축시킨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당 위주의 시의회 및 중앙정부 사이에서 얼마나 매끄러운 협상력을 발휘하느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당정과 박자를 맞춰 공공 주도 공급 모델을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공약 이행률이 갈릴 전망이다.
여기에 당장 오는 7월로 예정된 정부의 세제개편안도 복병이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1주택 비거주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조치가 예고된 데다, 풍선효과가 나타난 화성 동탄, 경기 구리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시장의 관망세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 공급 니즈 맞춘 ‘핀셋 규제’와 ‘속도 조절’의 묘수 찾아야
이번 6·3 지방선거는 거대 양당의 이념적 대립 속에서도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라는 민생 과제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음을 보여주었다. 세 당선인의 공약에 일제히 ‘공급’과 ‘신속 추진’이 배치된 것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지친 유권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무리한 속도전은 자칫 자본과 원자재 시장의 과부하를 부르고, 정부의 투기 차단 기조와 충돌해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다주택자 매물 유입을 유도하는 세제 개편이 이루어지더라도 단기 공급 청신호를 켜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민선 9기 수도권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과열된 투기 수요는 정밀하게 옥죄면서도, 막힌 정비사업의 혈을 뚫어주는 ‘핀셋 규제 완화’와 중앙정부·지자체 간의 긴밀한 ‘정책 엇박자 해소’에 달려 있다. 대규모 공급 청사진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동개인 정비업계의 숨고르기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