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문화유산을 과학으로 이해하는 강연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5월 21일부터 10월 22일까지 열리는 ‘2026 문화유산 분석·연구 슬기마당’은 문화유산 안에 남아 있는 재료, 흔적, 색, 기술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보존의 의미를 쉽게 나누는 자리다.
오래된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은 겉모습을 보존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시간이 지나며 왜 훼손됐는지, 어떤 환경에서 오래 보존될 수 있는지 알아야 문화유산의 가치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을 일반 시민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2026 문화유산 분석·연구 슬기마당’을 개최한다. 행사는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분석과학관 강당에서 5월 21일, 6월 25일, 8월 27일, 10월 22일 모두 네 차례 열린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물질, 자료, 기술: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과학의 연결고리’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나 건축물로 보는 데서 나아가, 그 안에 남아 있는 물질과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유산의 역사와 의미를 새롭게 읽어보자는 취지다.
이 행사는 2023년부터 ‘콜로키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돼 왔다. 올해부터는 우리말인 ‘슬기마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슬기마당은 지혜를 나누고 모으는 열린 자리를 뜻한다. 전문가만 참여하는 어려운 학술행사보다, 문화유산 연구 성과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자리로 넓히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첫 강연은 5월 21일 이진옥 서울대학교 박물관 연구자가 맡는다. 주제는 ‘식물규소체 분석 방법과 사례 소개’다. 식물규소체는 식물이 남긴 아주 작은 규소 성분의 흔적을 말한다. 이 흔적을 분석하면 과거 사람들이 어떤 식물을 이용했는지, 당시 환경이 어땠는지 살펴볼 수 있다.
6월 25일에는 권희홍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보존과학과 교수가 ‘야외 청동
조형물의
부식 특성과 장기 보존 전략’을 주제로 강연한다. 밖에 놓인 청동 조형물은 비, 바람, 온도 변화, 대기오염 등에 영향을 받
는다. 금속이 왜 녹슬고 손상되는지 알면 문화유산을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8월 27일 강연은 ‘초분광 기술 및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처리’를 다룬다. 초분광 기술은 사람의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빛과 색의 차이를 세밀하게 살피는 기술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많은 자료를 빠르게 분석하고, 문화유산의 훼손 상태나 재료 특성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10월 22일에는 정대홍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가 ‘라만 분광 분석의 문화유산 적용 사례’를 소개한다. 라만 분광 분석은 빛을 물질에 비췄을 때 물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반응을 이용해 성분을 알아내는 기술이다. 그림이나 단청, 공예품 등에 쓰인 색료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슬기마당은 문화유산 보존에 과학기술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자리다. 문화유산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낡고 손상된다. 여기에 기후변화, 도시환경, 관람객 증가 같은 요인까지 더해지면 보존 환경은 더 복잡해진다. 과학 분석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또한 과학기술은 문화유산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역할도 한다. 재료 분석을 통해 제작 시기와 기술을 추정할 수 있고, 미세한 흔적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자연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보존과학은 문화유산을 고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연구 방법이다.
행사는 누구나 당일 현장 등록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유산 연구의 전문성을 높이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구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것은 오래된 것을 그대로 남겨두는 일만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재료와 기술, 시대의 흔적을 정확히 읽어내고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이다. 이번 슬기마당은 문화유산과 과학이 만나는 과정을 일반 독자에게 쉽게 보여주는 연구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