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곳곳의 경계와 이동, 그리고 공존의 메시지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올해도 인천을 찾는다.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오는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애관극장, 한중문화관 등 인천 일대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 41개국에서 초청된 총 74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는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이동과 정체성, 갈등과 화합,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감독과의 대화, 전문가 강연, 관객 토크 프로그램까지 모두 무료로 운영돼 시민 접근성을 높였다.
올해 개막작은 현대 이란 사회를 배경으로 자유와 인간 존엄의 의미를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모하마드 호르모지 감독의 ‘창문의 빛’, 아멘 사라에이 감독의 ‘테헤란에서 나 홀로’, 말레크 에그발리 감독의 ‘친구처럼, 사슴처럼’ 등 세 작품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억압과 불안 속 인간의 감정을 포착하며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면서 영화제의 문을 연다.
디아스포라 장편 섹션에서는 이민과 경계, 생존 문제를 다룬 20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이민숙 감독의 ‘잃어버린 말들’, 허샤오단 감독의 ‘몬트리올, 내 사랑’, 이고르 베지노비치 감독의 ‘피우메 아니면 죽음을!’, 모라드 모스타파 감독의 ‘아이샤는 날 수 없어’, 섹 알 마문 감독의 ‘빨대’ 등이 포함됐으며,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정치적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겪는 상실과 희망의 감정을 밀도 있게 풀어냈다.
단편 섹션 역시 눈길을 끈다. 총 35편이 선정된 디아스포라 단편 부문에서는 아시아 이주민과 소수자의 삶, 정체성 문제, 세대 갈등 등을 세밀하게 다룬 작품들이 공개되는데, 특히 토론토 릴아시안국제영화제와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는 작품들은 북미 지역 아시아 디아스포라의 현실과 문화적 충돌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전망이다.
올해 영화제가 집중 조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입양’으로,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에서는 조범석 감독의 ‘당신에게’, 김진유 감독의 ‘흐르는 여정’ 등 총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해외 입양인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귀환 이후의 현실, 사회적 소외 문제 등을 다루며 한국 사회가 여전히 직면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영화제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디아스포라의 눈’ 섹션에는 여성학자 정희진과 소설가 정세랑이 객원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김보람 감독의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샤를올리비에 미쇼 감독의 ‘루’를 선정했으며, 상영 후에는 두 연사가 관객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여성 연대와 돌봄, 관계의 의미를 중심으로 한 깊이 있는 담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중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시네마 피크닉 섹션에서는 가족 단위 관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준비됐다. ‘위키드’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이 상영되며, 남녀노소 누구나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보다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강연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천문학자 이명현은 ‘우주와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영화평론가 유운성은 ‘디아스포라적 말하기’를 중심으로 영화 속 증언과 기억의 문제를 짚는 한편, ‘당신에게’ 상영 이후에는 이종찬 에세이스트와 입양인 작가 제인 정 트렌카가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이어져 현실적인 경험과 고민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주민 대상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인 ‘영화, 소란LAN’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어 시민 참여형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서울의 테헤란로와 테헤란의 서울로처럼 서로 다른 도시와 사람들이 연결되길 바란다”며 “이번 영화제가 공존과 화합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모든 상영작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온라인 사전 예매는 5월 11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되며, 잔여 좌석과 노쇼 티켓은 현장 발권도 운영된다. 상영 시간표와 세부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쟁과 갈등, 분열이 이어지는 시대 속에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문화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다시 환기시키며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문화행사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