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 시장 개혁의 필요성
영국 정부는 2026년 5월 11일 넷제로(Net Zero)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기 요금을 가스 가격 변동성에서 분리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법률·정책 자문사 베반 브리튼(Bevan Brittan LLP)이 분석한 이번 패키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전기 생산자 부과금(Electricity Generator Levy, EGL), 즉 횡재세의 한계 세율을 2026년 7월 1일부터 55%로 인상하는 것과,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위한 도매 차액 정산 계약(Wholesale Contract for Difference, WCfD)을 도입하여 첫 번째 경매를 2027년에 실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조치들이 청정 전력 계획을 앞당기고 미래 에너지 충격으로부터 소비자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의 출발점은 중동 전쟁 등 국제적 사건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다. 베반 브리튼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외부 충격이 전기 요금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를 끊어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전기 요금이 가스 시장 가격에 연동되는 현행 구조 아래에서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영국 소비자와 기업에 즉각적인 경제적 타격을 준다. 정부는 이번 개혁을 통해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횡재세(EGL)와 관련해, 정부는 기존 제도를 단순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6년 7월 1일부터 한계 세율이 55%로 오르면, 발전사업자들이 불안정한 도매 시장 가격에 전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는 유인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발전사업자들로 하여금 장기 계약이나 안정적 수익 구조를 선호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
결과적으로 시장 전반의 가격 변동성이 완화되고, 전력 공급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축인 도매 차액 정산 계약(WCfD)은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유인 수단이다.
기존의 차액 정산 계약(CfD)이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적용됐던 것과 달리, WCfD는 이미 가동 중인 발전사업자들도 도매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장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2027년에 예정된 첫 번째 경매는 이 새로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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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도입의 주요 쟁점
에너지 정책 연구기관 레겐(Regen)은 이번 정책 패키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레겐은 '당근과 채찍(carrot and stick)' 방식의 이번 접근법이 전력 시장 자체를 지역·시간대별로 분할하는 복잡한 구조 개혁보다, 도매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분할은 규제 설계의 복잡성과 사업자 간 불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반면, 이번 패키지는 가격 신호와 세제 유인을 결합하여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과 함께 산업 역량 확충 비전도 제시했다. 상업용 핵융합 산업 개발을 통해 숙련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끌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이는 전력 시장 개혁이 단순한 요금 안정화를 넘어, 차세대 에너지 기술 산업 생태계 형성과 맞물린 장기 전략임을 보여준다. 물론 이번 개혁이 순탄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횡재세 강화와 새로운 계약 제도의 동시 도입이 전력 비용 구조를 더욱 복층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러한 제도 변화가 실제로 소비자 전기 요금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근거가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정책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 설계의 정교함과 시행 과정의 투명한 모니터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분석
영국의 이번 전력 시장 개혁은 한국 에너지 정책에도 구체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전력 시장 안정성 강화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EGL 방식의 세제 유인이 발전사업자의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정책 설계 아이디어다.
특히 WCfD처럼 기존 운영 사업자까지 도매 가격 위험 헤지 수단을 제공하는 구조는,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수익 안정성을 높여 추가 투자를 유인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영국과 한국의 전력 시장 구조·규제 체계가 다른 만큼, 직접 이식보다는 제도 설계 원리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영국이 이번에 제시한 개혁 모델은 넷제로 전환 과정에서 가격 안정성과 투자 유인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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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첫 WCfD 경매 결과와 EGL 인상 이후 도매 가격 변화 추이가 이 실험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것이며, 이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추진 국가들의 정책 과제다.
FAQ
Q. 영국의 횡재세(EGL) 55% 인상이 실제로 소비자 전기 요금을 낮출 수 있나?
A. 영국 정부는 EGL 한계 세율 인상이 발전사업자들로 하여금 불안정한 도매 시장 가격 노출을 줄이도록 유도해 결과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세율 인상이 곧바로 소비자 요금 인하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시장 구조와 사업자 행동 변화에 달려 있어, 베반 브리튼을 비롯한 전문가들도 실제 효과는 제도 시행 후 시장 반응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7년 첫 WCfD 경매 결과와 함께 도매 가격 추이를 관찰하면 실효성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Q. 도매 차액 정산 계약(WCfD)이 기존 차액 정산 계약(CfD)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기존 CfD는 주로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대상으로 설계된 제도로, 사전에 확정된 '행사 가격'과 실제 도매 가격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WCfD는 이미 가동 중인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 단계의 사업자도 도매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차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수익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장기 투자 결정이 용이해지고, 신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간접적인 긍정 효과를 낼 수 있다.
Q. 한국은 영국의 이번 정책에서 어떤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나?
A. 한국의 전력 시장은 영국과 규제 구조가 달라 제도를 직접 이식하기는 어렵지만, EGL 방식의 세제 설계가 발전사업자의 행동 유인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WCfD가 기존 운영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어떻게 높이는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장기 수익 불확실성이 투자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WCfD형 헤지 구조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7년 영국의 첫 경매 결과가 공개되면 이를 토대로 한국 실정에 맞는 제도 설계 방향을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