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디지털세, 글로벌 경제와 소비자에 미칠 영향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은 글로벌 조세 체계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과세 방식은 물리적 국경과 기업의 지리적 위치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디지털 경제는 이를 초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대형 기술 기업, 특히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s Tax, DST)를 재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수익 창출의 목적을 넘어 공정한 시장 경쟁과 국제 조세 정의를 추구하는 다면적 의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역사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2018년에 EU가 3%의 디지털세를 제안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당시의 제안은 전 세계 매출이 7억 5천만 유로를 초과하고 EU 내 매출이 5천만 유로 이상인 기업들에 적용하는 범위였습니다. 이는 주로 구글, 페이스북(현 메타), 아마존, 애플과 같은 미국 기반 대형 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치였습니다.
광고
그러나 이 제안은 OECD의 필라1(Pillar One)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일시적으로 지연되었습니다. OECD 차원에서는 다자간 세제 협력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과세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필라1은 디지털 경제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 소재국에 일부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필라2는 글로벌 최저한세율 15%를 도입하여 조세 회피를 방지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 충돌로 인해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자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 과세 가능성을 우려했고, 개발도상국들은 과세권 배분 비율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위기가 겹치며 EU는 재정 수입의 극심한 필요성을 마주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디지털세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았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부양책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대응,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EU 회원국들의 재정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업들이 창출하는 막대한 수익이 적절히 과세되지 않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광고
일각에서 제시된 분석에 따르면, 5%로 설정된 DST 부과 시 2026년까지 약 375억 유로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EU 2025년 예산의 19%에 해당하며, 2023년 법인세 수익의 약 8%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금액입니다.
물론 이는 2018년 제안된 3% 세율이 아닌 5% 세율을 적용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추정치입니다. 실제 도입될 세율은 EU 회원국 간의 협상과 OECD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OECD의 합의가 실패할 경우 각국 차원에서 독립적인 디지털세 도입 계획을 밝히며 조세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이미 2019년부터 자체 디지털세를 시행해왔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유사한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유럽 국가들이 이 문제에 단독적으로 접근하려는 이유는 재정 수요를 해결하고, 디지털 기업들의 막대한 수익이 적절히 과세되지 않는 불공정한 상황을 조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광고
한편, 2026년 3월 브뤼셀에서 열린 EU 세금 심포지엄에서도 디지털 경제 과세의 필요성은 크게 강조되었습니다. 이 행사에서 OECD 사무총장은 다자적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디지털 경제에 대한 과세 논의가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말까지 디지털 과세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이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다자간 노력이 계속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2018년 DST 제안을 다시 활성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DST가 단순히 유럽 내 문제를 넘어 글로벌 조세 체계와 연결된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OECD 협상 교착과 유럽 주도의 세제 개혁 움직임
반론으로 디지털세는 대형 기업들에 상당한 세금 부담을 안겨 시장 왜곡과 국제적인 통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EU-미국 관계에서, 이 세제가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복 조치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광고
실제로 프랑스가 독자적 디지털세를 도입했을 때 미국은 프랑스산 샴페인과 핸드백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비판론자들은 세금 부담이 증가하면 기업들이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디지털세는 최종적으로 일반 소비자의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광고주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인상되면, 이는 결국 광고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경우, DST로 인한 비용 증가가 판매자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EU는 현행 세제 체계가 디지털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은 사업장이 위치한 국가에서 법인세를 납부하지만, 디지털 기업들은 물리적 존재 없이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광고
이는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 간의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8년의 DST 제안을 필요 시 다시 활성화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특히 이는 디지털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막고 전통적 경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세 기여를 요구하는 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U는 디지털 기업들이 사용자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곳에서 적절히 과세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해보면, EU의 디지털세 도입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과 경쟁 환경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이나 IT 서비스 제공자들이 EU 시장에서 활동하며 DST 적용 기준(전 세계 매출 7억 5천만 유로, EU 내 매출 5천만 유로)을 충족한다면, 이 새로운 세금 체계로 인해 운영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 우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한국 기업들의 EU 시장 진출 규모는 아직 DST 적용 기준에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사업 확장 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EU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구조가 변화하면, 간접적으로 경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함의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글로벌 플랫폼들(예: 구글, 애플, 넷플릭스)의 서비스 비용이 세금 부담 전가로 인해 상승한다면, 한국 내 사용자들에게도 예기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각 기업의 가격 정책과 시장 전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비용 증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세 개혁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조세 체계의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20세기에 설계된 경제 모델은 물리적 자산과 지리적 위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와 무형의 가치를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조세 법규 또한 이러한 경제 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특히, 한국도 디지털 경제에서의 조세 정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납부하는 세금은 수익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EU의 DST 재추진은 한국 정부가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거나, OECD 다자간 협상에서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조세 체계 변화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관련 혜택을 보장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활동할 때 예측 가능한 세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도 공정하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조세 규범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양자 및 다자간 조세 조약을 통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EU 디지털세 재추진은 단순히 유럽 내부의 세금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와 조세 정의 문제를 재조명하게 될 주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세 원칙을 정립하려는 시도이며, 그 결과는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 변화에 한국 기업들이 현명하게 대응하고,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 차원의 논의와 대응 또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디지털 조세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며, 정부와 기업이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경제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조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김도현 기자
광고
[참고자료]
ceps.eu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mondaq.com
euractiv.com
eur-lex.europa.e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