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베이징.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는 방중한 러시아 외교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마주 앉았다.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왕이는 두 개의 고전 시구를 꺼내 들었다. “부웨이푸윈쯔왕옌(不畏浮云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 그리고 “쳰모완지하이지안징(千磨万击还坚劲, 천마만격환견경)”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부웨이푸윈쯔왕옌(不畏浮云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은 뜬구름이 시야를 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로, 다시 말하면 작은 장애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높은 안목을 가지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쳰모완지하이지안징(千磨万击还坚劲, 천마만격환견경)은 청(淸) 정판교(郑板桥)의 시 《죽석(竹石)》에 나오는 말로, 수많은 시련과 타격을 받아도 여전히 단단하고 굳세다는 의미인데, 아무리 많은 시련과 타격을 받아도, 결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본질을 지킨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미 앞선 외교 무대에서 사용했던 또 하나의 문장 즉, “펑위부동안뤼샨(风雨不动安如山, 풍우부동안여산)”과 함께, 이 세 문장은 오늘날 중러 관계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먼저 “펑위부동안뤼샨(风雨不动安如山)”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서 비롯된다. 安得广厦千万间,大庇天下寒士俱欢颜,风雨不动安如山. 즉, 안더광샤첸완지안(安得广厦千万间, 안득광하천만간), 다비티엔샤한스쥐환얀(大庇天下寒士俱欢颜, 대비천하한사구환안), 펑위부동안뤼샨(风雨不动安如山, 풍우부동안여산). 이 문장은 본래 전란 속에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한 ‘무너지지 않는 집’을 꿈꾸는 절규였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전체를 향한 책임의식, 그리고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상을 담고 있다.
반면 “부웨이푸윈쯔왕옌(不畏浮云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은 북송의 개혁가 왕안석의 시 「등페이라이펑(登飞来峰, 등비래봉)」에서 나온다. 不畏浮云遮望眼, 自缘身在最高层, 즉 부웨이푸윈쯔왕옌(不畏浮云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 즈위안션자이주이가오청(自缘身在最高层, 자연신재최고층)이라는 말이다. 이 문장은 “높이 서 있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는 구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올바른 위치와 시야을 확보하면 외부의 방해나 왜곡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철학이다.
하나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 또 다른 하나는 ‘흔들리지 않는 시야’라는 시적인 언어로 왕이(王毅)외교부장은 이 두 축을 결합해 중러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왕이의 발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말하는 ‘펑위(풍우, 风雨)’와 ‘푸윈(부운, 浮云)’이 무엇인지 짚어야 한다.
2026년의 국제 정세는 말 그대로 다층적 위기의 집합체다. 중동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상 통제, 에너지 공급망 재편, 금융 질서의 분절화까지 겹치며 기존의 국제 질서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이 부장이 언급한 ‘풍우’는 외부 충격과 압박을 의미하지만, ‘부운’은 보다 미묘한데, 이는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정보전·여론전·외교적 압박과 같은 ‘시야를 흐리는 요소’를 뜻한다. 즉, 풍우(风雨)는 물리적·구조적 충격을 뜻하며, 부운(浮云)은 인식과 판단을 흐리는 외부 요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이중 구조 속에서, 중국은 중러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왕이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분명하게 말한다. 중러 관계는 “부웨이푸윈쯔왕옌(不畏浮云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이며, 동시에 “각 분야 협력은 쳰모완지하이지안징(千磨万击还坚劲, 천마만격환견경)”이라고말이다. 여기에 이미 국제사회에 각인된 “펑위부동안뤼샨(风雨不动安如山, 풍우부동안여산)”까지 더하면서, 중러 관계는 세 가지 층위로 정리된다.
첫째,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안정성이다. 어떠한 외부 압박에도 관계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에 비유된다.
둘째, 높은 전략적 시야다. 즉 외부의 정보와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관계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세번째, 반복된 압박에도 강화되는 내구성이다. 즉 “천 번 갈리고 만 번 두드려도 더욱 단단해진다”는 표현은 관계의 ‘학습 효과’를 강조한다.
이 세 요소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현재 중러 협력 구조를 설명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이번 발언이 나온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 이후 중동 정세는 다시 불안정해졌고, 해상 통제 문제는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이는 “역류 속에서도 올바른 길은 존재하며, 변화 속에서 더 큰 책임이 요구된다.”는 멧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원론이 아니라, 서방 중심 질서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는 발언이다. 중러는 스스로를 ‘질서의 파괴자’가 아니라 ‘대안적 안정성 제공자’로 위치시키고 있다. 즉, 서방은 압박과 통제로, 중러는 안정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로 그러한 구도를 은연중에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메시지가 군사나 경제가 아닌 ‘시(詩)’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이후 중국 외교는 점점 더 문화적 코드와 결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전 시구는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중국식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펑위부동안뤼샨(风雨不动安如山, 풍우부동안여산)은 안정성을, 그리고 부웨이푸윈쯔왕옌(不畏浮云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은 전략적 시야를 의미하며, 이 두 문장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그것은 “우리는 흔들리지 않으며, 동시에 상황을 정확히 보고 있다.”
두보는 무너진 초가집에서 이상을 꿈꾸었고, 왕안석은 탑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개혁을 구상했다. 그리고 2026년, 그들의 문장은 국제 정치의 언어로 다시 살아났다. 중러 관계는 지금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 구름에 가려지지 않는 시야로 말이다. 결국 이 두 문장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격변의 시대에, 누가 ‘산’ 위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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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