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버린 순간 시작된 불안
“라떼는 말이야”라는 문장은 이제 조직에서 금기어에 가깝다. 한때는 경험을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시대에 뒤처진 사고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이 문장을 스스로 지워냈다. 과거 대신 ‘요즘은’을 말하기 위해 애쓴다. 트렌드를 공부하고, 새로운 세대의 언어를 익히며,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업데이트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가장 열심히 배우는 리더들이 가장 먼저 지친다.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오히려 자신감은 줄고 판단은 느려진다. 과거에는 경험이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그 경험이 오히려 의심받는다. 그 결과 리더는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한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추고, 결정하기 전에 트렌드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은 조용히 소모된다. 틀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순간, 방향을 제시해야 할 리더는 점점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된다.
‘요즘은’을 따라가다 길을 잃은 리더들
이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리더는 경험의 총합이었다. 오래 일할수록 더 많은 권위를 가졌고, 그 경험은 곧 조직의 자산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의 속도가 경험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기술과 문화는 빠르게 바뀌고, 어제의 정답은 오늘의 오류가 된다. 이 환경에서 등장한 것이 ‘학습하는 리더’라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로 정의되었다.
문제는 이 학습이 끝이 없다는 데 있다. 트렌드는 매일 바뀌고, 따라가야 할 기준은 계속 늘어난다. 리더는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점점 방향을 잃는다. 무엇이 중요한지보다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가 우선이 된다.
결국 리더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검토하는 사람이 된다. 리더십의 핵심 기능이 흐려지는 순간이다.
배움이 아니라 선택이 필요한 순간
많은 조직은 여전히 해결책을 ‘교육’에서 찾는다. 더 많은 리더십 교육, 더 많은 트렌드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교육이 늘어날수록 리더의 피로는 더 커진다.
그 이유는 문제의 본질이 지식의 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다. 모든 트렌드를 이해할 필요도 없고, 모든 세대를 완벽히 공감할 필요도 없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단순하다.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기준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기준이 없는 학습은 끝없는 비교와 불안으로 이어진다. 결국 리더는 성장하는 대신 소모된다.
리더십은 모든 것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방향을 정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에서 나온다.
지금의 리더들이 방전되는 이유는 노력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학습 때문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따라가려는 태도가 리더를 더 빠르게 소진시킨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요즘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 필요한 요즘만 아는 것’이다. 선택의 기준이 생기는 순간, 학습은 부담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다시 단순해진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중요한 것을 선택하라.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놓아라.
“라떼는”을 버리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은”을 전부 끌어안는 것은 또 다른 함정이다. 두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리더는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지치게 된다.
지금 당신이 지치고 있다면, 그것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더 배우려고 하기 전에, 무엇을 내려놓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리더십은 더하는 기술이 아니라 덜어내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당신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image: AI-generated image-Geni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