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세상이 얼어붙었다.
눈 덮인 지상에는 경계가 없다.
흰 눈 위로 발자국도 잠시
늑골에 스민 칼바람이 몸 안에 나이테를 새긴다.
숭숭 뚫린 겨울바람의 구멍으로
창백한 겨울이 숨을 쉰다.
숨 막히는 삶의 호흡도 겨울볕에 잠시 풀려
먼 하늘은 평화롭게 떠 있다.
눈치 보지 않을 나이로 밑천을 드러낸 채 서 있는 나
오늘도 겨울바람을 친구로 둔다.
<해설>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존재의 흔적과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눈 덮인 땅은 경계를 지우며 발자국마저 잠시 사라지게 한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늑골에 스민 칼바람”처럼 뼈 깊이 남는 고통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나이테”처럼 몸에 기록되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삶의 흔적이 된다. “숭숭 뚫린 겨울바람의 구멍”은 상처의 틈이자, 그 틈으로 겨울이 숨 쉬는 생명력의 통로다. 숨 막히던 삶의 호흡도 겨울볕에 잠시 풀리며, 먼 하늘은 평화롭게 떠 있다. 화자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나이로 “밑천을 드러낸 채” 서 있으면서도, 차가운 바람을 외면하지 않고 친구로 삼는다. 고통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기 존재를 받아들이는 결의가 담긴 시다.
<감상>
겨울의 냉기를 통해 삶의 고독과 상처를 조용히 드러낸다. 눈 덮인 지상은 경계를 잃어버린 듯 무심하게 펼쳐지고, 발자국조차 잠시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그 순간에도 “늑골에 스민 칼바람”은 몸 깊은 곳을 찌르며 나이를 새긴다. 겨울바람의 구멍으로 겨울이 숨 쉬는 장면은 차가움 속에서도 생명이 지속됨을 보여준다. 숨 막히던 삶의 호흡이 겨울볕에 풀리는 순간, 먼 하늘은 평화롭게 떠 있어 잠깐의 안도감을 준다. 특히 “눈치 보지 않을 나이”라는 표현은 외부의 시선을 벗어난 성숙을 의미하며, 화자는 그 상태로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고 서 있다. 차가운 바람을 친구로 삼는 결말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주며, 겨울의 냉정함이 오히려 진실한 자기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인상을 준다.
한정찬
□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