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겨울바람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10



겨울바람

 

 

세상이 얼어붙었다.
눈 덮인 지상에는 경계가 없다.

 

흰 눈 위로 발자국도 잠시
늑골에 스민 칼바람이 몸 안에 나이테를 새긴다.

 

숭숭 뚫린 겨울바람의 구멍으로
창백한 겨울이 숨을 쉰다.

 

숨 막히는 삶의 호흡도 겨울볕에 잠시 풀려
먼 하늘은 평화롭게 떠 있다.

 

눈치 보지 않을 나이로 밑천을 드러낸 채 서 있는 나
오늘도 겨울바람을 친구로 둔다.

 

 

<해설>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존재의 흔적과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눈 덮인 땅은 경계를 지우며 발자국마저 잠시 사라지게 한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늑골에 스민 칼바람처럼 뼈 깊이 남는 고통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나이테처럼 몸에 기록되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삶의 흔적이 된다. “숭숭 뚫린 겨울바람의 구멍은 상처의 틈이자, 그 틈으로 겨울이 숨 쉬는 생명력의 통로다. 숨 막히던 삶의 호흡도 겨울볕에 잠시 풀리며, 먼 하늘은 평화롭게 떠 있다. 화자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나이로 밑천을 드러낸 채서 있으면서도, 차가운 바람을 외면하지 않고 친구로 삼는다. 고통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기 존재를 받아들이는 결의가 담긴 시다.

 

<감상>

겨울의 냉기를 통해 삶의 고독과 상처를 조용히 드러낸다. 눈 덮인 지상은 경계를 잃어버린 듯 무심하게 펼쳐지고, 발자국조차 잠시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그 순간에도 늑골에 스민 칼바람은 몸 깊은 곳을 찌르며 나이를 새긴다. 겨울바람의 구멍으로 겨울이 숨 쉬는 장면은 차가움 속에서도 생명이 지속됨을 보여준다. 숨 막히던 삶의 호흡이 겨울볕에 풀리는 순간, 먼 하늘은 평화롭게 떠 있어 잠깐의 안도감을 준다. 특히 눈치 보지 않을 나이라는 표현은 외부의 시선을 벗어난 성숙을 의미하며, 화자는 그 상태로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고 서 있다. 차가운 바람을 친구로 삼는 결말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주며, 겨울의 냉정함이 오히려 진실한 자기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인상을 준다.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시집 한 줄기 바람(1988)29, 한정찬시전집 2, 한정찬시선집 1, 소방안전칼럼집 1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6.04.10 10:10 수정 2026.04.10 10:10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공공정책신문 / 등록기자: 최진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