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웃고, 떠들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 엘리베이터를 탔다.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과 나, 둘만 있는 공간.
그 짧은 순간에 생각할 틈도 없이 일이 벌어졌다.
정말 막을 틈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방귀가 나왔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민망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게 지금 진정 내게 일어난 일인가 싶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왜 꼭 이런 순간은
늘 이렇게 갑자기 오는 걸까.
다행히 그는 바로 다음 층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혼자 남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괜히 더 어색해져 한참을 서 있었다.
머리로는 안다.
이건 그냥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그런데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나 혼자만
이런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해보면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다.
완벽하게 살고 싶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순간들 앞에서
자꾸 웃기고, 자꾸 민망해진다.
맥주의 기운이 남아서 일까
많이 부끄러웠던 오늘이 이상하게도 나쁘지만은 않다.
품격은 잠시 내려놓았지만, 웃음은 챙겨온 맥주 같은 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