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의 침묵, 그 무게를 세계가 감당하고 있다
휴전이 선언되었다. 포성은 멈췄다. 그러나 세계의 혈관이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막혀 있다. 평화의 선언이 곧 정상의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장은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원유 선물 기준 지표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목요일 장 중 한때 100.29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최근 거래에서는 5.5% 상승한 99.61달러에 거래되었다. 휴전 발표 이후 잠시 숨을 죽였던 유가가 재차 세 자릿수 벽을 뚫고 올라선 거다.
불과 하루 전인 수요일, 이 수치는 전혀 달랐다. 당일 WTI는 배럴당 18.54달러, 즉 16%가 폭락했다. 이는 1983년 3월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단 하루 만에 기록된 최대 달러 하락 폭이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른 퍼센트 낙폭이기도 하다. 시장은 휴전 소식에 안도했고, 매도세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지만 그 안도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 하루 평균 1,700만 배럴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이 좁은 수로는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와 유럽, 미주 시장으로 원유를 내보내는 유일한 해상 통로나 다름없다. 휴전이 성립되었다 해도, 해협 통항의 완전한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시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결코 방관자가 아니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호르무즈 해협의 지연과 폐쇄는 에너지 수급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직결된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주유소 기름값이고, 난방비이며, 밥상 위 식자재의 가격이기도 하다.
외교적 합의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합의가 현실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군사적 긴장 완화, 검색과 통행 절차의 정상화, 보험사와 해운사의 신뢰 회복이 모두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유조선들은 여전히 대기 중이고, 세계의 시계는 느리게 돌아가고 있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제의 폭락과 오늘의 반등 사이에서, 투자자들은 묻고 있다. 이 평화는 진짜인가. 해협은 언제 열리는가.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 유가의 진폭은 계속될 것이다. 전쟁의 끝이 위기의 끝은 아니다. 세계는 지금 그 불편한 진실 앞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