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박사는 예산·결산 심사와 행정사무감사 분야에서 오랜 실무 경험과 강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 특히 결산검사 결과가 다음 연도 예산편성, 사업구조조정, 성과관리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결산검사의 목적은 문제를 발견하는 데만 있지 않다.
문제를 알고도 바꾸지 못하면 결산검사는 절반만 작동한 것이다.
결산의 진짜 완성은 지적이 아니라 환류에 있다.
현장에서 결산검사를 하다 보면 매년 비슷한 장면을 보게 된다.
불용액이 반복되는 사업, 이월이 구조화된 투자사업, 미수납이 누적되는 세입항목, 정산과 반납이 잦은 보조사업, 실적과 따로 노는 성과지표, 실집행보다 예치 중심으로 운용되는 기금 등이다. 해마다 문제는 지적되는데, 다음 해에도 유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관리부주의가 아니라 제도적 환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산검사가 형식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적사항은 많지만, 그 지적이 예산편성 방식, 추경조정 원칙, 집행관리 체계, 성과지표 재설계, 기금운용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산은 보고서로만 남는다. 결국 결산검사의 수준은 얼마나 많이 지적했느냐보다, 얼마나 실제로 바꾸었느냐로 평가되어야 한다.
저는 결산검사와 관련한 강의에서 늘 한 가지를 강조한다.
결산은 예산과 떨어져 있는 문서가 아니라, 다음 연도 예산심사의 출발자료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미수납이 큰 항목이 있다면, 다음 연도에는 세입추계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불용률이 높고 집행잔액이 큰 사업이 있다면, 다음 연도에는 감액, 구조조정, 추진방식 변경이 뒤따라야 한다. 이월이 큰 사업은 설계, 보상, 계약, 절차 단계 어디에서 병목이 생겼는지 점검하고 사업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성과보고서에서 미달성 지표가 누적된다면, 지표 자체의 타당성과 목표치 설정 방식도 손봐야 한다.
특히 성과보고서는 결산 환류의 핵심이다. 많은 경우 성과보고서는 형식적 첨부문서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음 연도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었는데 핵심 성과지표가 미달했다면, 그 사업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꿀지, 예산을 줄일지, 전달체계를 개편할지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초과달성 지표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달성률은 목표치가 느슨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산의 환류는 미달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초과달성의 신뢰성까지 검토하는 데서 완성된다.
기금도 마찬가지다. 존치 필요성이 약하고 실제 집행보다 예치·예탁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금은 과감하게 통폐합 또는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고유 목적사업비 비중이 낮고, 일반회계를 우회적으로 보전하는 기능이 강해졌다면, 이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 기금은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결산검사는 바로 그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예비비와 예산변경도 환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예비비 사용이 반복되는 항목은 본예산 반영을 강화해야 하고, 연말 전용과 변경사용이 집중되는 부서는 편성단계의 정밀도를 높여야 한다. 이월이 상시화된 사업은 집행부서의 업무방식과 일정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결국 결산검사는 “문제가 있었다”는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는 이렇게 바꾸겠다”는 재정운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결산검사보고서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
좋은 보고서는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첫째,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히 적시하고,
둘째,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분석하며,
셋째, 다음 연도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제안해야 한다.
지적사항, 시정권고, 제도개선안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결산검사가 단순한 감사문서가 아니라 정책개선 문서가 된다. 실제로 성과목표와 대안을 결합해 문제사업을 발굴하고, 지출 효율화와 전달체계 개선,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제도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결산 관련 실무교육에서 거듭 강조되는 내용이다.
결산검사는 과거를 향한 절차 같지만, 사실은 미래를 위한 제도이다.
과거의 잘못을 적발하는 데서 끝나면 행정은 방어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과거의 결과를 분석해 다음 해의 편성·집행·성과관리까지 고쳐 나가면 행정은 학습하게 된다.
결산검사가 살아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결산검사가 형식에 머무는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같은 문제를 다른 표현으로 되풀이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결산은 숫자의 결산이 아니다.
정책의 결산이고, 행정의 결산이며, 책임의 결산이다.
그리고 그 결산의 완성은 지적이 아니라 환류에 있다.
실질적 결산검사가 다음 연도 예산편성과 사업운영, 성과평가, 기금관리, 감사와 의정활동까지 바꾸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때, 지방재정은 비로소 주민의 삶을 바꾸는 살아 있는 재정이 될 수 있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