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지방의회 결산검사① - 결산검사는 끝난 돈의 정리가 아니라, 내년 재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형식적 확인을 넘어, 예산 편성과 집행의 간극을 읽어야 지방재정이 바로 선다"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박동명 박사는 법학박사로서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과 서울특별시 강남구 결산검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조례입법, 인공지능 활용 의정혁신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특히 결산검사위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위한 실무 중심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결산검사는 흔히 회계연도가 끝난 뒤 예산 집행 결과를 정리하는 마지막 절차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실제 결산검사를 해 보고, 또 여러 지방의회와 결산검사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결산검사는 단순한 사후 정리 절차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 연도 재정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보여 주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예산은 편성 단계에서는 계획이고 의지이지만, 결산 단계에서는 결과이고 책임이다. 계획 단계에서는 기대와 정책목표를 넉넉하게 담을 수 있지만, 결산 단계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 왜 계획과 결과가 달라졌는지가 드러난다. 세입 추계가 정확했는지, 세출이 목적대로 집행되었는지, 사업이 제때 추진되었는지, 이월과 불용이 왜 발생했는지, 성과보고서의 수치가 실질을 반영하는지 모두 결산에서 확인된다. 결산이 다음 연도 예산심사와 행정사무감사, 재정운영 개선으로 환류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결산검사가 여전히 형식화되는 경향이 있다. 결산서 총액이 맞는지, 첨부서류가 구비되었는지, 회계상 수치가 일치하는지 정도를 확인하고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회계의 적법성과 수치의 정확성은 기본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결산검사는 장부검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결산검사의 본질은 숫자 확인이 아니라 정책과 행정의 실질을 검증하는 데 있다. 겉으로는 재정이 무난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사업지연, 집행계획 미흡, 반복되는 불용, 잦은 전용과 변경, 미수납 누적, 성과와 집행의 괴리 같은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결산검사에서는 표면적 건전성보다 운영상 위험을 읽는 눈이 더 중요하다. 확보된 예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계획하고 집행했는가를 검증하는 일이 결산검사의 핵심이라는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는 결산검사를 바라볼 때 세 가지 질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째, 법과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가이다. 지방재정법과 지방회계법, 관련 조례와 규칙, 보조금과 계약 기준에 맞게 예산이 집행되었는지, 이용·전용·변경사용·이월·예비비 지출이 예외적으로 운용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산 전용과 변경사용은 제도상 허용되는 수단이지만, 그것이 반복되고 연말에 집중된다면 애초 편성의 정밀성이 부족했거나 사업설계가 흔들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


둘째, 돈을 제대로 썼는가이다. 집행률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재정운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같은 돈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는지, 과다편성으로 불용을 키운 것은 아닌지, 보조금 정산과 반납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사업추진 지연으로 이월이 구조화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결산 현장에서는 잉여금이나 집행잔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재정을 잘 운영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때로는 초과세입이 아니라 집행지연과 수요예측 실패 때문에 돈이 남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산심사에서는 얼마가 남았는가보다 왜 남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셋째,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는가이다. 단순 집행률이나 달성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민의 삶이 나아졌는지, 민원이 줄었는지, 공공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는지, 지역경제나 복지정책이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성과보고서상으로는 달성 또는 초과달성으로 보이더라도, 실제 결산자료에서는 이월과 지연집행이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성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얼마나 행정성과와 연결되는지를 따져 묻는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결산검사는 회계연도가 끝난 뒤에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결산이 살아 있어야 다음 연도 예산편성이 정교해지고, 예산심사가 살아 있어야 지방재정이 주민 삶의 변화로 연결된다. 형식적 결산검사에 머무르면 재정의 관행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 결산검사가 작동하면, 예산은 더 정확해지고 집행은 더 책임 있게 되며 성과는 더 주민 가까이로 다가간다.


결산검사는 끝난 돈의 정리가 아니다.

내년 재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6.04.09 23:21 수정 2026.04.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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