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서 멈춘 시계, 발사 90분 전, 누가 그 손가락을 붙잡았는가
자정이 넘은 중동의 하늘은 유난히 고요했다. 텔아비브의 공군 기지에서는 전투기들이 이미 활주로에 정렬해 있었다. 연료탱크는 가득 찼고, 조종사들은 헬멧을 쓴 채 대기 중이었다. 목표 좌표는 이미 입력되어 있었다. 이란의 핵 시설, 혁명수비대 기지, 그리고 테헤란 외곽의 군사 거점들. 이스라엘 국방부(IDF)의 손가락은 그야말로 발사 버튼 위에 얹혀 있었다. 작전 개시까지 남은 시간, 90분. 그리고 전화기가 울렸다.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게 한 '세 개의 손'
이스라엘이 이번 보복을 극도로 강경하게 추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한 감정적 응징이 아니다.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겨냥했고, 이것은 이스라엘 안보 독트린의 핵심인 '압도적 억지력'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번 보복은 자국민에게 보내는 생존의 메시지이자, 오랫동안 묵혀온 이란 핵 시설 타격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절호의 명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손가락을 붙잡은 것은 세 방향에서 동시에 가해진 압력이었다.
첫 번째 손은 워싱턴이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네타냐후와의 긴박한 통화에서 "이 작전이 실행되는 순간 우리는 통제권을 잃는다"라는 경고를 직접 전달했다. 이것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시나리오, 이란이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세력을 동시에 가동하는 다 전선 확전, 그리고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유가 폭등이 가져올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미국이 두려워한 것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이 만들어낼 통제 불가능한 도미노였다.
두 번째 손은 아랍 우방국들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미 물밑에서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이란을 자극해 페르시아만 전체를 전장으로 만든다면, 이들 국가의 에너지 인프라와 국제 무역로가 직격탄을 맞는다. 아브라함 협정으로 구축된 아랍-이스라엘 협력 구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세 번째 손은 뜻밖에도 테헤란 내부에서 왔다. 이란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실용파 사이의 균열이 감지되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카드는 이란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실용파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카드를 꺼내는 순간, 이란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숨죽인 두 도시, 얼어붙은 공기
그 90분 동안 텔아비브와 테헤란은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견뎠다. 텔아비브에서는 방공호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슈퍼마켓 앞에는 생수와 비상식량을 사려는 긴 줄이 늘어섰고, 상점들은 셔터를 내렸다. 현지 외신 기자들은 "거리 자체가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이것은 경보 사이렌에 익숙한 이스라엘 시민들도 처음 느끼는 종류의 공포였다. 개별 로켓이 아니라 전면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다른 차원의 두려움.
테헤란에서는 정반대의 광경이 연출되었다. 혁명수비대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쳤지만, 골목 안쪽 주택가에서는 가족들이 창문을 닫고 조용히 텔레비전을 켜두었다. 전쟁을 원하는 군중과 그 전쟁을 두려워하는 시민 사이의 틈새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갈라졌다. 90분이 지났다. 발사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지만, 그 숨소리 사이에는 또 다른 질문이 끼어들었다. 이것이 진짜 멈춤인가, 아니면 단순히 숨 고르기인가.
에너지 패권 게임, 진짜 이해관계의 지도
이 '90분의 멈춤'을 군사적 사건으로만 읽는 것은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 대동맥이다.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이 좁은 수로를 지난다.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 중국, 인도 모두 이 길목이 막히는 순간 즉각적인 에너지 위기를 맞는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가 중동 정세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미국의 개입 논리도 단순한 동맹 보호가 아니다. 대선 정치 일정, 달러 기축통화 질서, 그리고 이란 핵 협상 테이블을 살려두어야 하는 외교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혼란 속에서 에너지 패권의 지각 변동을 노린다. 중동의 화약고에서 강대국들은 불을 끄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포지셔닝을 진행 중이다.
전쟁은 멈췄다. 하지만 체스판의 말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이 멈춤 이후,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90분 전 멈춤'을 평화의 신호탄으로 읽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이 일정 임계점을 넘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 이란은 저항의 축, 즉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세력을 통한 지역 영향력 확대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두 개의 정면충돌하는 의지 사이에 외교의 공간이 과연 존재하는가. 전문가들은 이번 유예가 '완전한 평화'가 아닌 '압력을 재충전하는 시간'일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다음 사이클의 방아쇠는 이란 핵 협상의 결렬이 될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국지전의 확산이 될 수도 있으며, 혹은 내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지도자가 선택하는 외부의 적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중동이라는 거대한 화약고 위에서 전 세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