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비싸고, 혼자는 외롭다..그래서 MZ는 '같이 산다'

1·2인 가구가 이미 한국 가구의 65.1%를 차지한 가운데, 서울 코리빙 시장은 2016년 대비 4.7배로 커졌다.

집은 더 작아지고, 서비스는 더 많아진다. 주거가 이제 ‘부동산’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청년 주거를 보면 한 가지 분명한 변화가 보인다. 예전처럼 “독립=원룸” 이라는 공식이 더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많은 MZ세대는 혼자만의 방은 원하지만, 삶 전체를 완전히 혼자 감당하는 방식에는 피로를 느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일반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은 65.1%에 달했다. 작은 가구가 이미 사회의 표준이 된 것이다.

 

문제는 가구 규모가 작아졌다고 해서, 모두가 완전한 고립을 원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은 반대에 가깝다. 집값은 높고 월세는 부담스럽고, 혼자 사는 삶은 자유로운 동시에 외롭다. 이런 조건 속에서 쉐어하우스와 코리빙하우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만들어낸 꽤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코리빙 시장은 2025년 1분기 기준 7,371실 규모로 커졌고, 2016년 대비 4.7배 성장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임대 수요는 연평균 22% 증가했고, 2024년 계약 건수는 전년보다 29% 늘었다.

 

(사진=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점)

이 현상을 단지 “젊은 세대의 취향 변화” 정도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싼 도시에서 달아남기 위한 생존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열악해도 혼자 사는 원룸이 독립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공간을 가지면서도 주방과 라운지, 세탁 공간, 때로는 업무 공간까지 공유하는 형태가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독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독립의 방식을 바꾼 셈이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높은 주거비와 장기 임차 확대 속에서 코리빙이 비용 절감형 대안이자, 커뮤니티가 내장된 주거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Apartments.com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임차 가구는 4,300만 가구를 넘었고, 밀레니얼과 Z세대가 전체 임차인의 57%를 차지했다. 같은 계열의 2026년 데이터에서는 미국 평균 월세가 1,640달러 수준으로 제시된다. 결국 미국 역시 “혼자 살기엔 비싸고, 완전히 고립되기엔 피곤한” 세대가 새로운 주거 방식을 밀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건, 미국에서는 코리빙이 단순한 청년 트렌드를 넘어 도시 문제의 해법으로까지 논의된다는 점이다. 퓨 리서치 계열 pew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400만~700만 채 수준의 주택 부족 문제를 안고 있고, 동시에 도심 오피스 공실을 주거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리빙은 기존 오피스를 더 낮은 비용으로 주거화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pew는 코리빙형 전환이 일반적인 오피스,주거 전환보다 제곱피트당 25~33%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이 흐름을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다. 서울처럼 주거비가 비싸고, 청년 1인 가구가 많고, 동시에 외로움과 고립감이 커지는 도시에서는 코리빙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택근무, 프리랜서, 1인 창업, 프로젝트형 노동이 늘어날수록 집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일과 생활이 겹치는 복합 공간이 된다. 이런 시대에 코리빙은 단순히 “같이 사는 집”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의 부족한 인프라를 보완해주는 생활 플랫폼이다.

 

 

물론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다. 코리빙은 프라이버시 문제, 생활 습관 충돌, 서비스 비용에 따른 높은 체감 임대료 같은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이 커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완전한 소유”보다 “쓸 만한 접근”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차도 공유하고, 사무실도 공유하고, 이제는 집도 필요한 만큼만 나누어 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취향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시대의 압박이 만든 적응이다.

 

 

결국 MZ세대가 선택하는 것은 공동생활 자체가 아니다.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비싼 도시에서 덜 외롭고, 덜 무너지고, 조금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쉐어하우스와 코리빙하우스의 부상은 청년들이 공동체를 낭만적으로 꿈꾸기 때문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최소한의 연결과 품질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흐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원룸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혼자 사는 방식”의 정의는 이미 바뀌고 있다.

작성 2026.04.09 21:34 수정 2026.04.09 21:34

RSS피드 기사제공처 : 창업의 시대 / 등록기자: 황주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