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서 공유 오피스는 스타트업 붐과 함께 빠르게 주목 받았다. 특히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에 들어서며 "사무실을 소유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는 개념은 젊은 창업가와 프리랜서, 소규모 기업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이후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과열되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공유 오피스 산업이 한 차례 정점을 지나간 것처럼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시 달라지고 있다.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는 공유 오피스 산업에 또 한 번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스파크플러스)

과거 공유 오피스의 수요층이 주로 스타트업과 외국계 기업, 프리랜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훨씬 더 넓고 다양해지고 있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해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과거보다 크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직원 여러 명이 나누어 맡아야 했던 기획, 디자인, 문서 작성, 번역, 마케팅, 고객응대, 콘텐츠 제작 등의 업무를 이제는 AI 도구를 활용해 1인이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하는 1인 기업, 초소형 창업, 프로젝트 기반 팀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은 전통적인 대형 사무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한 재택근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집은 편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고객 미팅이나 협업, 촬영, 발표, 네트워킹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많은 1인 사업자들은 “적당한 비용으로, 필요할 때만 업무에 맞는 공간”을 원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유 오피스의 가치가 다시 커진다.
AI 시대의 공유 오피스는 단순히 책상과 의자를 빌려주는 공간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인프라 플랫폼’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고속 인터넷, 회의실, 촬영 스튜디오, 팟캐스트 룸, 화상회의 부스, 프린팅 시설은 물론이고, AI 활용 교육, 세무,법무 연결, 창업 커뮤니티, 협업 파트너 매칭 같은 서비스까지 결합될 수 있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즉, 공간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혼자 일하는 사람의 부족한 조직 기능”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높고, 동시에 디지털 적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을 하거나, 본업 외에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온라인 판매와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처럼 창업이 반드시 큰 사무실과 많은 인력을 전제로 시작되는 시대가 아니다. 노트북 한 대, 스마트폰 한 대, 그리고 AI툴 몇 개만 있어도 사업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본사가 아니라, 유연하고 접근성 좋은 업무 공간이다.
공유 오피스 산업이 다시 성장하려면 몇 가지 조건도 필요하다.
첫째, 입지 경쟁력이다. 단순히 강남 중심의 비싼 도심형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지역 거점형, 주거지 인근형, 역세권 소형 공유 오피스 수요가 커질 수 있다. 1인 기업가들은 매일 출근하는 대기업 직원과 다르게 “가깝고 효율적인 공간”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가격의 현실화다. 경기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월 수십만 원 후반에서 수백만 원대의 고정비가 부담될 수 있다. 따라서 시간권, 일일권, 주간권, 미팅룸 단위 과금 등 더욱 세분화된 상품이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커뮤니티 연결성이다. 혼자 일하는 사람일수록 정보와 관계망이 부족하다. 공유 오피스는 단순 공간 제공을 넘어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물론 변수도 있다. 재택근무 문화의 확산, 상업용 부동산 경기, 금리 부담, 지역별 공실 문제는 여전히 산업의 리스크다. 또 공유 오피스가 너무 많아지면 차별화 없는 공간은 가격 경쟁에 빠짖ㄹ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살아남는 곳은 단순히 “예쁜 사무실”이 아니라 특정 고객층에 맞춘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곳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특화형, 법률,세무 상담 연계형, 여성 창업자 특화형, 지역 소상공인 특화형, IT,개발자 특화형 등으로 세분화될 수 있다.
(사진=패스트파이브)

결국 AI 시대는 역설적으로 “혼자서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혼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간, 관계, 신뢰, 협업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 모순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공유 오피스다. 과거의 공유 오피스가 스타트업 열풍을 타고 성장했다면, 앞으로의 공유 오피스는 AI를 무기로 움직이는 1인 기업가와 초소형 창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공유 오피스는 단순한 임대업이 아니다. AI 시대의 작은 기업들이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첫 번째 본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유 오피스 산업의 두 번째 전성기는 이미 조용히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