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범죄가 흉포해졌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회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처벌이 약하니 범죄가 늘어난다는 판단은 상식처럼 들린다.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가 줄어든다는 믿음은 모든 영역에서 통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 범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해법을 반복해서 꺼내 들고 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정말 연령을 낮추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면 우리가 다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확인된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문제의 본질은 ‘연령’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이 인식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법학계와 형사정책 연구자들은 오랜 기간 같은 지점을 지적해 왔다.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와 구조가 다르다. 충동성과 환경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반복적이고 누적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실제 연구에서도 형사처벌 강화가 소년범 억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미 우리는 한 번 같은 선택을 한 적이 있다. 2007년 소년법 개정을 통해 연령은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확대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청소년 범죄는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같은 해법을 다시 꺼내드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물론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청소년 범죄의 잔혹성은 분명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가진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불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처벌 이후의 구조다. 현재 제도는 초기 비행 단계에서 충분히 개입하지 못하고, 재범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경미한 일탈이 누적되어 중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로가 반복되는 이유다.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소년보호사건과 촉법소년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보호관찰 위반으로 다시 수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처벌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교정시설의 현실도 심각하다. 과밀화된 환경과 부족한 교육 프로그램은 재사회화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키울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핵심은 간단하다. 처벌의 문제가 아니다. 왜 같은 아이들이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가의 문제다.
현재 시스템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초기 개입은 늦고, 관리 체계는 단절되어 있으며, 재범에 대한 대응은 일관되지 않다. 이로 인해 청소년은 처벌을 경험한 이후에도 다시 같은 환경으로 돌아가고, 동일한 경로를 반복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단순한 형사처벌 강화는 한계를 가진다. 가해자가 법적 대응에 집중하면서 사건이 장기화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추가적인 고통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 처벌이 강화될수록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지만, 실제 현장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결국 연령 하향은 가장 쉬운 선택이다. 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무언가를 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운 선택이 항상 효과적인 선택은 아니다. 시스템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하는 정책은 재범 구조를 유지한 채 책임만 강화하는 방식에 가깝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나이를 낮출 것인가’가 아니다. 왜 같은 아이들이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가이다.
해답은 이미 충분히 논의되어 왔다. 초기 비행 단계에서의 적극적 개입, 맞춤형 상담과 교육,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 그리고 피해자 회복 지원이 결합된 구조다. 이 모든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정책은 실효성을 갖는다.
지금의 논쟁은 어쩌면 본질을 비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더 강하게 처벌하고 싶은 것인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일은 쉽다. 그러나 범죄의 반복을 끊는 일은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처벌이 아니라, 더 정교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를 묻는 문제다.

김범일
● 경기도 비상임 인권보호관
● 행정안전부 죄예방전문강사
● 법정교육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