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하는 사람인가(知其不可而爲之者與?)”
《논어·헌문(憲問)》 편에서 아침 일찍 성문을 열어주는 일을 하는 은자(隱者)가 공자를 두고 던진 이 말은 냉소적인 비아냥인 동시에, 공자의 평생을 관통하는 가장 치열한 삶의 기록입니다. 도(道)가 사라진 난세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공자의 노력이 허망해 보였을지 모르나, 공자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길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공자의 시대보다 훨씬 참혹합니다. 지구촌 한편에서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스러져가고, 인류가 쌓아온 보편적 상식과 평화는 이미 처참히 깨졌습니다. 자신의 권력과 야욕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목숨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며 전쟁범죄를 서슴지 않는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들의 행태는, 이제 위협을 넘어 실재하는 재앙이 되었습니다.

이런 참담한 혼란 속에서도 우리 앞에는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라는 정치 일정이 놓여 있습니다. 거친 폭풍우가 몰아친다고 해서 배가 항구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배의 존재 이유가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듯, 민주주의의 배 역시 아무리 세상이 어지러워도 선거라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이번 선거의 마당에서 우리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부류의 인간상을 목격합니다.
한 부류는 오직 개인적 욕망과 이익을 쫓는 ‘정치 자영업자’들입니다. 이들은 특정 지역에서 깃발만 들면, 혹은 썩은 반찬 같은 정책을 내놓아도 유권자가 무조건 뽑아줄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정치 생업’을 우선시하며 사리와 탐욕에 눈먼 자들입니다.
다른 한 부류는 척박한 정치적 토양 위에서 변화를 꿈꾸는 ‘현대판 공자’들입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면서도,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지역의 정치 환경을 바꾸기 위해 뛰어든 이들입니다. 이들은 대의와 공의를 위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을 기꺼이 소진합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여기에서 갈립니다. 전쟁과 파괴로 세상을 절단 내는 부류를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공공의 가치를 세우려는 이들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공자는 끝내 시대를 완전히 바꾸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그의 태도는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윤리적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지역의 일꾼을 뽑는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떠한 정치를 지향하는지, 그리고 우리 곁의 깨진 상식을 어떻게 다시 바로 세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준엄한 선택의 시간입니다.
불가능을 알면서도 공의(公義)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그 발걸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것이 무너진 상식을 복구하고 공동체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