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독립

김장김치 사진;최영미

추석 지나고 가을배추를 80포기 심었었죠. 그걸로 어제 김장을 담갔습니다. 물론 속이 들지 않아 평균 30포기 정도 될 겁니다.

 

지난주에 고추 10킬로를 사서 행주로 닦은 후 다시 가져가서 빻아왔지요. 10킬로를 틈나는 대로 닦은 시간을 모아보니 10시간 정도는 될 겁니다. 가루로 빻아진 것만 구입하다가 기왕이면 깨끗하게 하자해서 가볍게 시작했다가 두 눈 빨개져서야 끝냈습니다. 내년에도 이리 할듯합니다. 고생스러웠지만 깨끗하게 닦으니 속이 시원했거든요. 생새우, 젓갈등은 상인들의 도움으로 적정량을 구입해 놓았습니다.

 

그제 저녁 5시경 배추를 소금물에 담가두고 밤 11시경에 한번 뒤집고 아침 5시에 씻으면 되는데 당연히 계획대로 되지 않았죠. 

배추가 여전히 살아있어서 예정된 시간보다 5시간을 더 절이고 나서야 씻었습니다. 지난해는 때아닌 우박을 맞으면서 덜 절여진 배추를 건져 올리느라 부산을 떨었는데 올해는 따스한 햇살아래서 여유롭게 진행했습니다.

 

물이 빠지는 동안에 양념을 만들었는데요. 시원하고 달아야 할 무가 전부 바람이 들어 푸석하고 밍밍하니 어쩔 수 없이 무를 일부만 채 썰고 믹서기에 거의 갈았습니다. 꿀도 반통 넣고 양파 생강등등, 찰밥을 해서 같이 갈아 넣고 황태 넣은 육수도 만들어 모두 배합해 놓으니 보기 좋습니다.

 

지난해는 양념 매트를 바닥에 놓고 버무리니 반려견이 이게 뭔가 싶어 발을 들여놓았다가 고춧물이 든 빨간 발을 보고 혼비백산해서 마당으로 뛰쳐나갔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탁자 위에 매트를 깔았습니다. 

한 젓가락 거리밖에 안 될 작은 배추들이 대부분인데 의외로 김치통 5개를 채웠습니다. 시어머님 그리고 형제들과 나눌 겁니다.

 

올해로 세 번째 김장을 했는데요. 그전에는 시어머님이 시골에서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며느리가 직장 다니느라 바쁘니 또 해본 적도 없을 테니 김장만이 아니라 평소에 담그시는 배추, 열무, , 고구마순 김치까지 하는 족족 보내주셨죠.

 

제가 김장을 담근 첫해에도 했으니 보내지 마시라 했는데 여지없이 보내셨는데요. 어머님의 김치맛을 따라가려면 까마득하지만 작년에 김장을 해서 어머님께 보내드렸더니 이제 안 보내십니다. 드디어 김장 독립을 했습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순간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했던 것처럼.

 

구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의 노고를 이제라도 하나 덜어드리고 사람노릇 하나 보탠듯합니다. 

올해 김장들 하셨나요?

지각 토요편지 띄웁니다. 일요일 남은 시간 편안하시기를요.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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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11.30 17:56 수정 2025.12.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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