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글로벌 규범의 길은?

AI 기술, 혁신과 위험의 양면성

파편화된 규제,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

한국, AI 거버넌스에서의 역할과 방향

AI 기술, 혁신과 위험의 양면성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된 세계적인 AI 윤리 및 정책 전문가 아냐 샤르마 박사의 칼럼 '알고리즘 정의: AI 규제의 글로벌 격차 해소'가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기술적 성과와 더불어, 점점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 AI의 윤리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칼럼은 특히 AI 거버넌스 전문가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 샤르마 박사는 AI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이점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위험 요소들을 강조한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덕분에 질병 진단, 재난 예측, 범죄 예방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지만, 동시에 윤리적 혼란과 전 세계적 규범 결핍이라는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이슈는 이제 먼 미래의 공상 과학 소설 속 얘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도전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가장 두드러진 논의는 기술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나타나는 '규제 공백'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은 그만큼 남용과 오용의 여지도 있으며,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맡기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광고

광고

 

샤르마 박사의 칼럼에 따르면, 국가별 규제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경제적 우위를 고려한 '파편화된' 접근 방식을 보이기 쉬우며, 이는 인류 전체의 공통된 이익을 위한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된다. 그녀는 기후 변화나 팬데믹 대응처럼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인 문제에서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AI 거버넌스 역시 국경을 초월한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국제규범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각기 다른 AI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으나, 이들 간의 조율과 협력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샤르마 박사가 주목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알고리즘 정의'다.

 

이는 AI 시스템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단순히 기술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을 AI 개발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광고

광고

 

AI 기술이 가져다주는 예상치 못한 윤리적 문제는 이미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통해 대출 심사, 채용, 의료 진단 등 주요 영역에서 활용 중인 AI 알고리즘이 편향성을 가질 경우 특정 집단에 부당한 차별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중립적 요소와 관련 기술을 설계하는 과정에서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다. 샤르마 박사는 AI 개발과 배포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손에 의해 좌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경고한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의 규모는 중소 기업이나 개발도상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기술 격차는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권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역시 점차 다양한 분야에서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이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광고

광고

 

정부 및 기업은 초기 단계부터 기술의 윤리적 책무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미래 AI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오용될 가능성이다. AI 기반 자율 무기 시스템이나 사이버 공격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안보 위협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일부 국가에서 자율 무기 시스템의 도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며 국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샤르마 박사는 AI의 군사적 오용 가능성이 단순한 미래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질적 위협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규제하는 데 있어 국제적 합의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 조약처럼, AI 무기 시스템에 대한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파편화된 규제,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

 

샤르마 박사의 칼럼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 주권' 개념이다. AI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 데이터가 누구에게 속하며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국제적으로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쟁점이다.

 

광고

광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의 국가 간 이동, 데이터 독점 문제 등은 AI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다. 유럽연합의 GDPR(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이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AI Act 같은 선도적 규제 사례가 있지만, 이를 전 세계적으로 조화롭게 적용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국제적 논의의 장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IT 강국으로 성장한 독특한 기술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 분야에서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세계적 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AI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 수준이며, 5G 네트워크 인프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러한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는 AI 기술 개발과 활용의 기반이 되며, 동시에 AI 윤리 규범을 실험하고 정립하는 데 있어 강점이 될 수 있다.

 

 

광고

광고

 

그러나 아직 국내 법적, 정책적 기반은 글로벌 수준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는 AI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로 글로벌 표준에 대응하고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초보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샤르마 박사가 권고하는 것처럼, 한국은 유엔(UN)과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 및 다자간 대화를 통해 선진적 표준을 수용하고 이를 한국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의 경험과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거버넌스 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샤르마 박사는 특히 UN의 역할 증대를 강조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나 WHO(세계보건기구)처럼, AI 거버넌스를 위한 전문 국제기구나 협의체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구는 AI 기술의 표준, 윤리 강령,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범세계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각국의 규제를 조율하며,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주도할 수 있다.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이러한 국제기구 설립과 운영에 있어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한국, AI 거버넌스에서의 역할과 방향

 

반론으로는 'AI 규제 추진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저해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많은 민간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발목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규제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정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무조건 속도만을 강조할 때 발생하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산업 혁명에서의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 21세기 초반 인터넷 붐 초기 무분별한 데이터 유출 문제 등은 이런 논쟁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샤르마 박사는 적절히 설계된 규제는 기술 발전의 동력을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여 기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럽의 GDPR는 초기에 기업들의 반발을 샀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높이고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 규제도 마찬가지로, 명확하고 일관된 규범이 확립될 때 기업들은 오히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장기적 투자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AI 거버넌스는 단순히 규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 표준의 국제적 조율, 모범 사례 공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지원, AI 교육 및 인력 양성 협력 등 다양한 형태의 국제 협력이 포함된다. 샤르마 박사가 제안하는 '포괄적 접근 방식'은 규제와 진흥을 균형 있게 추구하며, 기술의 혜택이 소수가 아닌 전 인류에게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AI를 '우리 모두의 기술'로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 지금, 우리는 단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규범과 구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경쟁이 아닌 글로벌 협력을 통해 인류의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AI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샤르마 박사가 역설하는 것처럼, AI는 '우리 모두의 기술'이 되어야 하며, 그 혜택과 위험이 공정하게 분배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한국은 이를 위한 국제적 대화에 적극적인 파트너로, 나아가 리더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기술의 가장 중요한 사용자는 결국 기술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알고리즘 정의를 실현하고, 글로벌 AI 규제 격차를 해소하며, 국제 협력을 통한 포괄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김도현 기자

 

광고

광고

 

[참고자료]

project-syndicate.org

작성 2026.03.22 01:20 수정 2026.03.22 01:20

RSS피드 기사제공처 : 아이티인사이트 / 등록기자: 최현웅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