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이유와 AI의 양면성
오늘날 기술의 최전선에 위치한 인공지능(AI) 분야는 인류에게 혁신적 잠재력을 약속하며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5년 5,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AI는 동시에 엄청난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에서도 AI 기술의 발전이 산업계와 국가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국제적 차원의 거버넌스 부재로 인해 윤리적·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AI의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발전이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확산됐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AI 윤리 전문가 아냐 샤르마 박사는 2026년 3월 1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한 칼럼 '알고리즘 정의: AI 규제의 글로벌 격차 해소'를 통해 "AI는 기후 변화나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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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국가와 기업에 의해 AI 기술이 독점적으로 개발되고 배포될 경우 예기치 못한 윤리적 부작용과 군사적 오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특정 국가가 AI를 무기로 활용한다면 국제 사회에서의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샤르마 박사가 강조하는 핵심 개념은 바로 '알고리즘 정의(Algorithmic Justice)'다.
이는 AI 시스템이 설계, 개발, 배포되는 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재 AI 알고리즘은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으로 인해 특정 인종, 성별, 사회경제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MIT 미디어랩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주요 안면인식 AI 시스템은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99%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유색인종 여성에 대해서는 65%의 정확도에 그쳤다. 이러한 기술적 불평등은 고용, 금융, 형사사법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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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글로벌 AI 기술 규제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전 세계 AI 투자액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AI를 통해 사회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약 1,500억 달러를 AI 분야에 투자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규제법(AI Act)을 통과시켜 윤리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각 국가의 접근방식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다. 샤르마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가 간의 일관된 협력과 규제 체계 부재는 AI의 이중적 특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기술 발전의 혜택보다는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최근 한국은 AI 기술 개발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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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12,700건을 기록했으며, 세계 5위 수준이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AI 반도체, 자연어 처리 기술, 그리고 제조업 적용 AI 시스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전용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28%를 차지하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어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AI 국제 거버넌스를 위한 한국의 역할
다만, 이제는 기술 개발을 넘어 국제적인 규범 정립에 기여할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 인간중심 AI 연구소(HAI)의 2025년 보고서는 "한국은 기술력과 민주적 가치를 동시에 갖춘 국가로서, 미국·중국식 AI 개발 모델과는 차별화된 '제3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산업과 IT 강국으로 자리 잡은 만큼,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규범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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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윤리적 AI 발전과 기술 사용에 대한 논의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유엔(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협력 모델이 그 중 하나다. 샤르마 박사는 칼럼에서 "유엔 산하에 AI 윤리 및 거버넌스를 전담하는 독립 기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AI 핵심 기술 표준, 윤리 강령, 책임 소재, 데이터 주권 등에 대한 범세계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윤리 강령을 수립하며 데이터 주권과 책임 소재에 대한 명료한 의제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미국이나 EU와는 다르게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윤리적 이슈도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아시아 AI 정책 센터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공동체 가치 사이의 균형, 유교적 위계질서와 AI 의사결정의 조화 등 서구와는 다른 고유한 AI 윤리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아시아 지역 중심의 국제 다자간 대화를 이끌어낸다면,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에서도 독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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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은 2025년 11월 서울에서 '아시아 AI 윤리 포럼'을 개최하여 ASEAN 10개국과 일본, 인도 등 15개국 대표가 참여한 바 있다. 반면, 국내 AI 산업 내부의 목소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가 2026년 1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의 67%가 "과도한 규제가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직원 50명 미만 스타트업의 경우 이 비율이 78%로 더 높았다. 글로벌 규범이 지나치게 엄격해지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AI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과 규칙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는 AI 발전의 미래에 있어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2025년 보고서는 이 딜레마에 대해 "규제의 목적은 혁신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명확한 윤리 기준과 책임 체계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EU의 AI Act 시행 이후, 유럽 내 AI 기업들의 투자 유치액이 2025년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범 정립의 경제적, 산업적 파급효과
또한, 가장 큰 주의점은 투자 유치와 경제 성장과의 관계다. 세계 많은 투자자가 AI 기술에 대한 경제적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9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따라서 국제 규범 내에서 기술적 자유와 윤리적 책임을 조화시키는 한국의 접근 방식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자칫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위험도 존재하지만, 거꾸로 한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표준을 창출하는 리더 국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방향성을 인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2월 'AI 윤리 가이드라인 2.0'을 발표하며, 알고리즘 투명성, 편향성 검증, 책임 소재 명확화 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또한 2026년 하반기에는 'AI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AI 시스템에 대해 사전 윤리 검증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는 EU의 AI Act와 유사한 접근이지만, 아시아적 맥락을 반영한 차별화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AI의 국제 거버넌스는 단순한 정책 수립을 넘어선 문제다.
이는 AI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샤르마 박사는 칼럼 말미에서 "알고리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 사회를 원하는지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현재와 같은 기술적 성장 기반 위에서 글로벌 규범을 리드할 경우, 윤리적 책임과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가능성도 클 것이다. 앞으로의 방향은 명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6년 1월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AI 거버넌스 실패를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5대 위험 중 하나로 꼽았다. 결국 글로벌 협력과 다자간 대화를 통해 AI 기술의 정의 구현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해법이 될 것이다. 한국이 기술 강국을 넘어 규범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있어, 지금이 바로 결정적 시점이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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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project-syndicate.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