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의 예술세계는 한 개인의 생애를 넘어, 시대와 사유를 관통하는 ‘선(線)의 여정’으로 읽힌다. 선은 그에게 단순한 조형의 출발점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었고, 삶과 예술을 잇는 핵심적인 표현 언어였다. 수묵과 드로잉으로 출발해 재료 실험과 문자 형태의 변형을 거쳐, 궁상 작업에 이르기까지—고암의 작업은 시대와 장소, 재료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 왔다.

충남 홍성에 위치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기획전 〈확장되는 선〉은 이러한 여정을 네 개의 흐름 “사유하는 선-변화하는 선-이루는 선-확장되는 선”으로 풀어낸다. 각 시기의 작품에 드러난 선의 다양한 면모와 조형적 변화를 한자리에서 마주하게 하며, 관람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선을 비교하면서 한 예술가가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기념관 건축 역시 전시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이응노의 집’을 설계한 건축가 조성룡은 거장의 예술혼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한다. 홍성군의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난관이 있었던 일화는 한 잡지 인터뷰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내부 동선은 작품을 따라 이동하는 관람 경험 자체가 ‘선의 흐름’을 체험하도록 구성돼, 전시 감상의 몰입도를 높인다.

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확장되는 선〉은 고암 이응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사유의 궤적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연결하며, 관람객 각자의 해석 속에서 또 다른 확장을 예고한다. 전시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이응노의 집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 이응노로 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