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2025년은 끝내 '고물가'라는 무거운 숙제를 다 풀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상승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하며 수치상으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에 근접했으나, 정작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영하권 추위만큼이나 서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식탁 위 먹거리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4.1%나 치솟으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한국인의 주식인 쌀값이 18.2% 폭등했고, 대표 과일인 사과 가격은 19.6%나 올랐다. 귤 역시 15.1% 상승하며 겨울철 간식거리마저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반면 토마토(-20.6%)나 무(-30.0%)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은 크게 떨어졌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다른 식재료 값에 묻혀 소비자들의 한숨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너지와 공업제품의 가격 변동 역시 심상치 않았다. 국제 유가 변동의 여파로 경유 가격은 10.8% 급등했고, 휘발유 가격 또한 5.7% 상승하며 운전자들의 발을 묶었다. 다만 요리 시 필수품인 식용유 가격이 15.5% 하락하고, 자동차용 LPG 가격이 6.0% 내려간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0.4% 수준의 소폭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물가 역시 서민 경제에 압박을 가했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올랐는데, 이 중 보험서비스료가 16.3%라는 기록적인 상승 폭을 보였고 공동주택관리비 또한 3.2% 상승하며 고정 지출 부담을 키웠다. 외식 물가도 2.9% 상승하며 '만원 한 장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힘들다'는 세간의 푸념을 통계로 증명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교육 서비스 분야다. 사립대학교 납입금은 5.3% 올랐으나, 유치원 납입금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26.6%나 급락하며 부모들의 가계 부담을 일부 덜어주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물가 상승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전국에서 물가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 곳은 세종시로 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울산, 전북, 전남, 경남 지역이 2.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과 부산, 대전 등 대도시는 2.1% 상승하며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지역별 서비스 요금과 농축수산물 수급 상황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종합해 보면 2025년 연간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하며 전년(2.3%) 대비 상승 폭은 다소 둔화했다. 2022년 5.1%라는 유례없는 고점을 찍은 이후 2023년 3.6%, 2024년 2.3%를 거쳐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2.3%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의 기초적인 흐름이 완전히 잡혔다고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통계상의 숫자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가볍기만 하다. 2025년의 물가 성적표는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주지만, 먹거리와 서비스 요금 등 실생활 밀착형 품목의 가격 통제 여부가 2026년 민생 경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