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굴 생산 거점인 세토내해 일대가 유례없는 대규모 굴 폐사 사태로 인해 사실상 재난 지역으로 변모했다. 히로시마현을 필두로 효고현, 오카야마현 등 주요 양식장에서 기르던 굴의 최대 90%가 집단 폐사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며 일본 수산업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전문가들과 양식업계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흉작 수준을 넘어선 생태계 붕괴의 징후로 분석된다. 히로시마현의 일부 해역에서는 폐사율이 80~90%를 기록하며 그물 안의 굴 10개 중 9개가 모두 죽었다는 개탄 섞인 호소가 잇따랐다. 특히 40년에서 60년에 이르는 숙련된 베테랑 양식업자들조차 일제히 평생 처음 겪는 규모의 참변이라고 입을 모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증언했다.
이번 대량 폐사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기록적인 고수온 현상과 고염분 환경의 고착화를 지목했다. 히로시마와 구레시 인근 해역은 지난 6월 이후 평년보다 1.5~2도 높은 수온이 지속되었으며,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민물 유입이 급감하면서 해수의 염분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였다. 산란을 마친 후 체력이 극도로 떨어진 굴들이 고온과 고염분이라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집단 폐사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피해는 생산량 급감에만 머물지 않고 상품성 저하와 공급망 교란으로 번지고 있다. 살아남은 소량의 굴조차 알이 제대로 차지 않고 크기가 작아 시장 가치를 상실한 경우가 태반이다. 효고현 등지의 식당가에서는 현지산 굴 확보가 불가능해지자 홋카이도 등 타 지역산으로 긴급 대체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이는 필연적인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중앙정부와 지자체 역시 비상 체제에 돌입하였다. 스즈키 노리카즈 농림수산상은 이번 사태를 수십 년 만의 재해 수준으로 공식 규정하고 긴급 지원책 마련을 지시하였으나, 이미 연말 출하가 무산된 어민들의 생계를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의 일본 수산물 전면 금지 조치로 수출 활로가 막힌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기후 재난은 일본 수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이중고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후 변화에 강한 새로운 품종 개량과 양식 기법의 전면적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역 경제의 연쇄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