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기다리다 AI 놓친다…데이터센터, 가스 발전기로 ‘즉시 전력’ 확보에 나서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대기 수년…천연가스 발전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

북미 전력 병목 속 ‘프라임 파워’ 전략 확산, 데이터센터 개발 방식 바뀐다

그리드 연결 지연이 만든 선택, 가스 엔진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

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 산업이 전력 확보 문제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기존에는 전력망 연결이 전제 조건이었지만, 북미를 중심으로 유틸리티 전력 공급 대기 기간이 수년 단위로 늘어나면서 개발 일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새로운 해법으로 천연가스 발전기를 활용한 프라임 파워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의 발전기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보조 설비에 가까웠다. 그러나 현재는 전력망 연결 이전 단계부터 데이터센터 전체를 가동하기 위한 주 전원 역할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신뢰·상시 전력이 요구되는 AI 워크로드 환경에서는 전력 공급 시점 자체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타주 밀러드 카운티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Joule Capital Partners가 주도하고, Caterpillar와 지역 딜러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최대 4GW 규모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시설의 핵심 전력원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출력 가스 발전기와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스템이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서버 냉각과 전력 효율 개선에 재활용하는 구조도 포함됐다.

 

전력 장비 공급 속도 역시 가스 발전이 선택받는 이유다. Melissa Busen 캐터필러 전력 부문 임원은 “다른 발전 방식보다 빠르게 전력 패키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AI 수요 급증 환경에서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확보 시점이 곧 데이터센터 상업 가동 시점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속도’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AI 확산은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DC Byte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북미에서 신규로 추가된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은 12GW에 달했다. 1GW 이상급 프로젝트 발표 건수는 전년 대비 급증했고, 그보다 작은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도 다수 착공에 들어갔다. 이러한 ‘AI 팩토리’들은 노스다코타,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캐나다 앨버타 등 상대적으로 토지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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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전력을 직접 가져오는 방식’, 이른바 BYOP 전략이 사실상 필수가 되고 있다. 전력망 확충을 기다리는 대신, 현장에 발전 설비를 먼저 구축해 데이터센터를 가동한 뒤 향후 전력망이 확보되면 역할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일부 유틸리티는 신규 전력 공급까지 3~7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개발사 입장에서는 대안이 제한적이다.

 

가스 발전 수요 증가는 관련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가스 발전기 시장은 중대형급 장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를 견인하고 있다. 발전기 본체뿐 아니라 외함, 구조물, 설치·시공을 담당하는 패키징 업체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Fidelity Manufacturing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생산 인력과 시설을 대폭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가스 발전기를 도입할 때 단순 출력뿐 아니라 소음 관리, 내구성, 장기 운용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구조 설계는 지역별 건축 기준과 재난 조건을 반영해야 하며, 설치 이후 유지보수 접근성도 중요 요소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환경에서는 계단, 플랫폼, 작업 통로 같은 부대 구조물 역시 초기 설계 단계에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디젤 발전기가 주류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구조가 점차 천연가스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스는 상대적으로 연료 공급 안정성이 높고, 장기 운용 시 비용과 환경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유연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발전기는 단순 비상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력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재정의되고 있다.

 

작성 2025.12.30 12:45 수정 2025.12.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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