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마부작침(磨斧作針)’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지속하면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와 같은 지속의 철학은 오히려 차별화된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의 일부 중소·중견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철학과 품질 유지에 집중하며, ‘마부작침’의 정신을 실제 경영 전략으로 구현하고 있다.

요시다 가방(Yoshida & Co., Ltd.)
요시다 가방(Yoshida & Co.)은 1935년 일본 도쿄에서 요시다 기치조(吉田吉蔵)에 의해 설립된 가방 제조사로, 대표 브랜드 Porter는 1962년 론칭되었다.
이 회사는 “하나의 제품을 오래 써야 진짜 가치가 있다”는 철학 아래, 디자인보다 내구성과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은 일본 내 공장에서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요시다 가방은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좇기보다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며 계절별로 소폭의 조정만 가한다. 이러한 ‘로우 템포’ 전략은 화려한 마케팅 없이도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게 했다.
실제로 이 브랜드는 세계 주요 셀렉트숍(예: END, SSENSE, Dover Street Market 등)에 입점되어 있으며, 일본 내에서는‘장인이 만든 믿을 수 있는 가방’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포터는 연간 수백 종의 제품을 내놓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좋은 품질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는 일관된 철학이 있다.
뮬러(MÜHLE), 독일 전통 면도기 브랜드
MÜHLE(뮤엘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독일 작센(Saxony) 지방의 슈베네(Schönheide)에서 설립된 면도용품 전문 브랜드다.
초기에는 면도 브러시 제조로 시작했으나, 이후 클래식 면도기, 쉐이빙 비누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클래식 습식 면도 분야에 특화된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전기면도기, 일회용 면도기 시장의 팽창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면도 방식의 품질을 고수해왔다.
특히 뮬러는 스테인리스, 실버, 목재, 도자기 등 다양한 고급 소재를 활용하고 있으며, 제품 상당수를 독일 내에서 자체 생산한다. 이는 가격 경쟁력에서는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 중심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소비, ‘제로 웨이스트’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클래식 면도 방식이 재조명되며, 뮬러는 유럽뿐 아니라 북미, 아시아 등지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면도기 재활용 프로그램, 친환경 포장 등 지속가능성 중심의 전략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 왜 지금 ‘마부작침(磨斧作針)’ 인가?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빠른 수익 창출과 즉각적인 성과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 중심의 경영은 지속 가능성, 고객 신뢰, 브랜드 정체성 측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
요시다 가방과 뮬러는 단기적인 트렌드나 매출 확대보다는, 자신들의 핵심 철학과 품질 기준을 중심으로 느리지만 일관된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과도한 확장보다 ‘본질에 집중한 꾸준함’으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은 단순한 옛 교훈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도 통하는 전략적 인내와 지속의 원칙이다. 특히 브랜드 충성도, 장기적 고객 관계, 제품 신뢰성을 중시하는 시대일수록 이 정신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