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기루인가 노다지인가… 기업 성적표가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

"도입은 전광석화, 수익은 함흥차사"… 이사회를 짓누르는 'AI 수익성 역설'

천문학적 운영 비용과 '실증 실험(POC)의 늪'… 환상이 걷힌 자리에 남은 청구서

결국 승자는 '기술'이 아닌 '결과'를 파는 기업… 옥석 가리기 본격화

"인공지능(AI)이 그토록 혁신적이라면서, 왜 우리 재무제표에는 그 성과가 보이지 않는가?"

2025년 연말, 전 세계 기업 이사회 회의실에서는 이 무거운 질문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은 AI라는 거대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투자자들은 'AI'라는 단어가 붙은 모든 주식에 열광했다. 하지만 막상 뚜렷한 실적을 확인해야 할 시점이 되자, 그 성과가 흐릿하거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냉정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과연 AI는 인류를 구원할 '황금광 시대(Gold Rush)'의 서막일까, 아니면 막대한 비용만 잡아먹는 '신기루(Mirage)'일까. 2025년 현재, AI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해 본다.

◇ 기대와 현실의 괴리: '하이프(Hype)'를 넘어 숫자의 시대로

모든 기술 혁명은 '열광→과잉 투자→현실 자각'이라는 유사한 주기를 거친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그랬고, 2010년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열풍이 그랬다. 2020년대 중반인 지금, 우리는 AI를 통해 그 주기를 다시 목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시장은 △GPU 및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대한 폭발적 투자 △생성형 AI 툴의 범람 △AI 관련 기업의 주가 폭등이라는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2025년 기업들의 AI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주요 기업 AI 도입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80% 이상이 업무에 AI를 도입했다고 밝혔으나, 이를 통해 실질적인 순이익 개선이나 비용 절감 등 '측정 가능한 재무적 성과'를 거뒀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잠재력은 확인했으나, 수익화는 아직"이라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 왜 '수익성 역설'에 빠졌나

모두가 AI를 쓰는데, 왜 돈을 버는 기업은 드물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1. "배보다 배가 더 크다"… 감당하기 힘든 비용 구조
AI, 특히 고성능 생성형 AI 모델을 운영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델 학습 비용뿐 아니라, 사용자가 질문할 때마다 발생하는 '추론(Inference) 비용'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AI 전문 인력의 인건비와 인프라 구축 비용은 초기 투자 회수 기간(ROI)을 기약 없이 늦추고 있다.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도입했지만, 수익보다 비용이 먼저 급증한 셈이다.

2.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음
개발자가 코딩을 빨리하고, 마케터가 초안을 3초 만에 쓴다고 해서 회사의 이익이 즉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늘어난 생산성이 △신규 매출 창출 △인건비 효율화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업무가 편해진 것"에 불과하다. 많은 기업이 '편리함'과 '수익'을 혼동하고 있다.

3. '파일럿의 무덤(Pilot Graveyard)'에 갇힌 프로젝트들
수많은 AI 프로젝트가 실험실 수준인 '개념 증명(POC)' 단계에서 멈춰 서 있다. 데모 영상은 화려하지만,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려니 보안, 규제,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수십 개의 AI 프로젝트 중 실제 수익을 내는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비율은 극히 일부분이다.
 


◇ 옥석 가리기: 누가 살아남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라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업들은 분명 존재한다. 2025년 시장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첫째, '진짜 비싼 문제'를 해결했다. 단순히 신기술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콜센터 운영 비용을 30% 절감하거나, 공급망의 비효율을 5% 개선하는 등 기업의 핵심 비용 구조를 타격한 프로젝트만이 살아남았다. 대규모 비즈니스에서 1~2%의 효율 개선은 곧 수백억 원의 이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독점적 데이터와 확실한 유통망을 가졌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도 고객 접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면, 독보적인 금융·의료 데이터를 보유했거나 이미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들은 AI를 기존 제품에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셋째, 'AI'가 아닌 '결과'를 팔았다. 고객은 거대언어모델(LLM) 자체를 사지 않는다. 그들은 "지원 업무 시간 50% 단축", "매출 전환율 20% 상승"이라는 결과를 산다. 기술적 용어 대신 구체적인 효용을 제시한 기업만이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 2025년의 결론: 신기루 속에 감춰진 진짜 금맥

2025년 현재, AI 시장은 1999년의 인터넷 시장과 판박이다. 트렌드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장기적으로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모든 참여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엔비디아 같은 칩 제조사나 클라우드 공급업체에게 AI는 이미 확실한 '노다지'다. 그러나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뛰어든 수많은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들에게 AI는 여전히 값비싼 '실험'이자, 자칫하면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신기루'가 될 수 있다.

AI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다. 기술을 이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하이프(Hype)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인내, 그리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도 AI를 하고 있는가?"라는 과시용 질문에서 벗어나, "그래서 우리는 AI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다가올 2026년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작성 2025.12.29 19:02 수정 2025.12.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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