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단순한 장애를 넘어 사회 시스템의 취약한 연결고리를 드러냈다. 메신저, 결제, 교통, 업무가 동시에 멈췄고 일상은 순식간에 정지했다. 복구까지 127시간이 걸리는 동안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왜 한 장소의 문제가 전국적 마비로 이어져야 했는가.
사고의 원인은 불이었지만, 본질은 구조였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효율을 이유로 중앙 서버에 기능과 데이터를 집중시켜 왔다. 이 방식은 빠르고 관리가 쉬웠지만, 동시에 하나의 실패 지점에 모든 위험을 쌓아 두는 결과를 낳았다. 이 오래된 전제를 다시 묻는 기술적 문제제기가 바로 QLI 네트워크다.
QLI 네트워크는 서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분산을 기본값으로 삼는다. 데이터는 특정 기업이나 시설에 모이지 않고, 여러 참여자의 장치에 나뉘어 저장된다. 일부가 멈추더라도 네트워크 전체는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장애 발생 이후 복구에 매달리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멈추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작동 방식 역시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용자가 정보를 요청하면 QLI 네트워크는 분산된 데이터 위치를 먼저 탐색한다. 이후 인공지능이 내용을 분석해 악성 요소나 위험 신호를 선별한다. 마지막으로 여러 참여자가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허위 정보에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참여자 스스로 정확성을 지킬 유인이 생긴다.
보안 측면에서도 접근 방식은 다르다. 기존 인터넷에서는 접속 기록과 행동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쌓이며 추적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QLI 네트워크는 데이터 이동 전반을 암호화하고, 분석 과정 또한 이용자 기기 내부에서 처리한다. 네트워크 자체가 사용자의 행동을 알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의 방향을 바꾼다.
물론 QLI 네트워크는 아직 완성형 기술이 아니다.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기존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상태도 아니다. 다만 현재의 서비스 환경과 연결되는 연동 구조를 통해 현실적인 전환 경로를 마련했다. 하루아침에 인터넷을 바꾸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더 안전한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과정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 시도를 기술 경쟁이 아닌 구조적 성찰로 평가한다. 카카오 장애가 보여준 것은 특정 기업의 관리 실패가 아니라, 중앙 집중형 인터넷이 가진 공통의 위험이었기 때문이다. QLI 네트워크는 그 위험을 해체하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 번의 사고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터넷은 반드시 이렇게 취약해야 하는가. QLI 네트워크는 그 질문에 대해, 구조를 바꾸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