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지만 이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문화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효섭 작가가 공주의 기억과 사람들의 삶을 연극이라는 형식으로 엮은 창작 희곡집 ‘공주 이야기 무대’를 펴냈다. 지역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언어로 되살려 온 작업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공주 이야기 무대’는 김효섭 작가가 공주를 배경으로 집필한 창작 희곡 10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한 도시가 품어온 역사와 생활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 어떻게 연극으로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희곡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이야기가 공연예술을 통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수록된 작품들은 도조 이삼평과 수촌리 대롱옥, 유관순, 명창 박동진 같은 역사적 인물에서부터 공주깍두기의 유래, 장터와 골목, 근현대의 일상까지 폭넓게 다룬다. 김효섭 작가는 잘 알려진 사건보다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생활의 기억에 주목하며, 공주라는 공간을 보다 입체적인 서사로 풀어낸다. 역사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삶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특히 이 희곡들은 모두 지난 10여 년 동안 필통창작센터를 통해 실제 무대에 올려진 작품들이다. 공주문예회관 같은 전문 공연장뿐 아니라 마을회관, 거리, 학교 강당 등 일상의 공간에서도 공연이 이어졌다. 화려한 장치보다 이야기에 집중한 무대는 지역의 삶과 기억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연극의 본질을 보여줬다.
김효섭 작가는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필통창작센터와 함께 지역 예술가와 시민, 배우들이 협업하는 창작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의 희곡은 지역을 미화하거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목소리를 무대 위에 올린다. 지역 이야기를 기록하는 동시에 현재진행형의 삶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공주 이야기 무대’는 지역 서사가 향토적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 관객과 만나는 문화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대에서 축적된 이야기가 책으로 기록되고 유통되며, 지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문화관광 자원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공연을 본 관객은 물론 공주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이 책은 도시를 읽는 또 하나의 문화적 안내서가 된다.
이번 희곡집은 공연이 끝난 자리에 남은 기록이자, 앞으로 이어질 지역 창작극과 지역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담은 출발점이다. 김효섭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가 지역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독자와 관객에게 닿기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