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태양 에너지만을 동력원으로 삼아 오염된 물을 안전한 음용수 수준으로 정화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포항공과대학교 포스텍 임근배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이 다공성 전기 여과 플랫폼은 전 세계 25%에 달하는 인구가 겪는 깨끗한 물 부족 현상에 대한 실질적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기존의 대형 정수 시설은 응집, 침전, 여과, 소독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막대한 설비 투자와 전력 유지 비용이 필수적이어서 자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한, 고압을 사용하는 막 여과 기술은 잦은 여과막 오염과 짧은 수명 문제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나노 전기 수력학적 여과 원리(Nano-Electrokinetic Filtration Principle)'를 독자적으로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물이 정화 구조체를 통과할 때 미세한 전기장이 형성되어, 미세 플라스틱이나 대장균 같은 음전하를 띠는 초미세 오염 입자들을 고압 대신 전기적 반발력으로 밀어내어 분리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특히, 정수 구조체는 셀룰로스 스펀지 및 면섬유를 주축으로 이온 교환 수지와 나피온 코팅을 결합하여 제작되었다. 이온 교환 수지는 물속 불순물을 흡착하고, 나피온 코팅층은 양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정화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 시스템은 1kPa 이하의 초저압력에서도 구동되며, 10nm(나노미터) 이하의 극미세 입자를 99% 이상 제거하는 놀라운 성능을 시연했다. 이는 고가의 기존 정수막 시스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처리 효율이다. 더 나아가, 1제곱미터 면적당 시간당 400리터의 탁월한 처리 속도를 보인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사용 후 세척만으로 성능이 온전히 복원되어 20회 이상 반복 사용이 가능하며, 외부 전력 공급 없이 태양광 배터리만으로 구동할 수 있어 운영 비용이 극히 낮다.
이번에 개발된 다공성 전기 여과 플랫폼은 실험실 차원에 머물던 나노 전기 수력학 현상을 실생활 적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이다. 이 기술은 단순하고 저렴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물 부족 문제 해결의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 교수는 이 플랫폼이 바이오 의약품 입자 분리나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 등 정밀한 오염 제어를 요구하는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혁신적인 연구가 인류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