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년 동안 유지돼 온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인사혁신처는 25일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공무원 조직 내 수직적 복종 구조를 개선해 ‘수평적 직무문화’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은 새 정부 국정과제인 ‘충직·유능·청렴한 활력 있는 공직사회 구현’을 목표로 추진됐다. 핵심은 공무원의 의사결정 참여와 위법 명령 거부권 보장이다.

‘복종’ 대신 ‘지휘·감독’ - 공직문화의 대전환
개정안은 기존의 ‘복종의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꿨다. 공무원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상관의 지시가 법령을 위반한다고 판단되면 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는 1949년 법 제정 이후 이어져 온 상명하복식 행정문화에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단순한 복종이 아닌 ‘법령 준수’와 ‘합리적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직무수행 체계로 옮겨가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성실의무’는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개정되어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법을 준수하며 성실히 일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공직사회가 명령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서 대화와 토론 중심의 자율적 협업 구조로 변화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육아 친화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제공=인사혁신처)
육아·난임 휴직 확대 - ‘가족친화 공직사회’로
이번 개정안에는 공무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복지 개선 내용도 담겼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를 기존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했다. 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도 돌봄을 위해 휴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공무원이 난임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난임휴직’이 새로 도입된다. 그동안은 질병휴직으로 대체해 사용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별도의 사유로 인정되어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해야 한다.이러한 변화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의 기반을 강화하고 출산·육아 친화적 조직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음란물 비위 징계 강화 - 피해자 보호도 확대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스토킹이나 음란물 유포와 같은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또한 비위로 징계받은 공무원에 대한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강화 조치를 통해 성비위 및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법과 소신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직사회가 일할 맛 나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복종 중심의 수직적 행정 구조를 합리적 협력 구조로 바꾸는 첫 걸음이다.
공무원은 법률에 근거한 판단을 통해 위법 지시를 거부할 수 있으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책임 행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육아휴직 확대와 난임휴직 신설은 공무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가정 양립 실현에 기여할 전망이다.
징계 강화 조항은 공직 기강 확립과 피해자 보호라는 사회적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