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김태훈 교수는 '경추 척수증(Cervical Myelopathy)'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순 노화로 치부하지 말고 빠르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끝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목 디스크나 단순 노화로 여기기 쉽지만, 팔다리 감각이 동시에 둔해지고 걸음걸이가 휘청거리는 증상이라면 경추 척수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경추 척수증은 목뼈(경추) 안에 위치한 신경 다발인 척수가 압박을 받아 손상되는 중증 질환이다. 뇌졸중(중풍)처럼 심각한 마비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목 중풍'이라고도 불린다. 김태훈 교수는 일반적인 목 디스크가 신경 뿌리 하나에 문제를 일으키는 '국지적 문제'인 반면, 척수증은 척수신경 다발 전체가 눌려 광범위한 손상을 초래하는 '전면적 사고'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손과 발의 기능이 동시에 저하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어눌함(fine motor skill difficulty)'이다. 손가락을 이용한 세밀한 작업에 장애가 생기면서 젓가락질이나 숟가락질이 서툴러지고, 셔츠 단추를 잠그거나 글씨를 쓰는 것이 힘들어지는 등 일상적인 동작에 지장이 생긴다. 또한 손에 힘이 빠져 물건을 자주 놓치기도 한다. 보행 장애도 중요한 신호다. 김 교수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갈지자로 휘청거리거나 계단 오르내리기를 힘들어하는 것이 척수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경 기능 저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MRI 검사 등을 통해 척수 압박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추 척수증의 원인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성 경추 협착증과 동양인에게 유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후종인대 골화증(OPLL) 등으로 다양하다. 척수증은 진행성 질환으로, 증상 악화를 인지했을 때가 치료의 '골든 타임'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로 관리하지만, 신경손상이 진행돼 손 기능 저하나 보행 장애가 시작된 경우라면 수술적 감압(신경 눌림 해소)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척수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신경이 압박받는 상태를 방치하면 수술 후에도 회복이 불가능한 '불가역적 변화'가 생긴다"며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으로는 후궁성형술 또는 후궁절제술, 전방유합술 등이 있으며, 수술은 주로 척수의 추가 손상을 막는 예방적 목적이 크다. 이미 발생한 신경 손상도 조기에 수술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법과 척추 안정화 기법이 발전하여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기능 회복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경추 척수증을 예방하고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에는 생활 습관 관리가 핵심이다. 특히 목의 'C자 커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 화면을 눈높이에 맞춰 사용하고, PC 모니터 역시 눈높이에 조정하여 목이 일직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2시간 이상 앉아있을 경우 10분 정도 휴식하며 목과 허리를 뒤로 젖혀 C자 커브를 만들어주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잠잘 때는 목의 C자 커브를 지지해 줄 수 있는 6~8cm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환자 스스로 느끼는 '몸이 보내는 사인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순 노화로 치부하지 말고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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