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감정이 낯설어질 때 — 엄마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
“어제는 웃으며 아이와 놀았는데, 오늘은 이유 없이 울고 싶다.” 이 감정의 요동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 2021)에 따르면 PMS(월경전증후군) 및 PMDD(월경전불쾌장애)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의 변화를 유발해 감정 조절, 집중력, 공감 능력을 직접적으로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어머니들은 “나답지 않은 나”를 경험하며, 죄책감과 분노 사이에서 흔들린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Women's Moods Study’(Hantsoo & Epperson, 2015)는 여성 호르몬 변화가 감정 조절에 미치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명확히 제시했다. 즉, “엄마의 감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생리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을 아는 순간, 엄마는 자신에게 조금 더 자비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내 호르몬이 문제일 때
PMS나 경도 우울 상태의 엄마들은 아이의 표정과 말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2018)의 연구에 따르면, 우울이나 불안 상태에 있는 부모는 아이의 감정 신호를 평균 27% 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는 “아이의 문제 행동”이 아니라 “감정 해석 필터의 왜곡”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즉각적 반응’을 멈추는 것.
하버드 대학의 Mindfulness 연구팀(Kabat-Zinn, 2018)은 인지적 거리두기(cognitive distancing)가 감정적 폭발을 줄이고, 부모-자녀 상호작용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했다. 즉, 아이의 행동을 해석하기 전 “내 감정이 내 몸의 신호인지”를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은 양육의 감정 안전벨트다.
우울과 죄책감 속에서도 관계를 지키는 회복 양육의 원리
우울감은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라는 자기비난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하버드 인간발달연구(Grant Study, Vaillant, 2012)는 “아이의 정서 안정은 엄마의 완벽함이 아니라 회복력(resilience)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부모가 화를 내더라도, 그 후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목격할 때 정서 조절력을 배운다.
하버드 차일드디벨롭먼트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2020)는 이를 “Serve and Return”이라 부른다. 즉, 부모가 감정적으로 흔들려도, 다시 안정감을 되찾아 아이에게 따뜻하게 반응하면, 아이의 뇌 속 스트레스 조절 회로(특히 편도체-전전두엽 경로)가 강화된다. “엄마의 회복이 곧 아이의 회복”인 셈이다.
작은 변화로 시작하는 회복 루틴 — 엄마의 심리적 회복력 키우기
PMS나 우울을 가진 엄마에게 ‘큰 결심’은 오히려 부담이다. 회복은 작은 루틴에서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 2020)는 경도 우울 및 만성 스트레스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자기인식(Self-awareness), 일상적 신체 활동, 그리고 사회적 연결”을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다음 루틴을 일상에 포함시켜보자.
감정 일기: “오늘 내 감정은 ○○이다.” 한 문장으로 쓰기.
라벨링(labeling): 짜증 → 불안, 피로 → 슬픔처럼 감정에 이름 붙이기.
5분 루틴: 커피 한 잔, 창가에서 햇살 보기, 3분 호흡하기.
지지 연결망: 친구, 배우자, 혹은 심리상담사에게 ‘감정 공유’하기.
이러한 루틴은 신경생리학적으로 부교감신경계 활성화를 촉진해, 심박수 안정과 감정 회복에 도움을 준다(Gross, 2015, Emotion Regulation Theory).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회복하는 엄마
모든 엄마는 흔들린다. 중요한 건, 흔들린 후 다시 중심을 찾는 능력이다. 하버드대 발달심리학자 Susan David(2016)는 “감정적 민감함은 약점이 아니라 유연성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회복할 때, 아이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감정의 늪에 빠져도 괜찮다. 당신은 이미 회복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