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했다’는 말 속의 예술
- - 수능 이후의 창의적 상처학
11월의 찬 공기 속에서 끝난 수능 시험장 앞.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망했다”는 짧은 한마디가 교문 앞을 떠돌지만, 그 말에는 단순한 결과 이상의 감정이 숨어 있다.
그것은 좌절이 아니라, 세계와 자신을 다시 정의하려는 인간적 몸부림의 언어다.
수능은 단지 시험이 아니라, ‘존재’가 평가받는 체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망했다”는 말은 철학적이다.
그 말 속에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새롭게 창조하려는 첫 번째 질문이 숨어 있다.
시험 점수는 인간을 숫자로 환원한다.
그러나 상처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낙서를 하고, 누군가는 시를 쓴다.
실패의 감정은 언어를 흔들고, 그 틈에서 창의성이 발생한다.
미술치료학자 루이즈 프리드먼은 “예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위한 제3의 언어”라고 했다.
‘망했다’는 감정이 예술적 언어를 통해 재구성될 때, 상실은 의미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상처의 미학이다 — “고통을 사유로 바꾸는 창조의 기술.”
니체는 “상처는 힘의 흔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인간이 고통을 통해 스스로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었다.
들뢰즈는 이러한 고통을 ‘생성의 계기’로 본다.
즉, 실패는 새로운 자기의 탄생을 위한 통과의례다.
수능에서의 실패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은 한 인간이 ‘타인의 기준’을 넘어 ‘자기만의 사유’로 나아가는 철학적 전환의 순간이다.
철학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사유의 재료’로 바꾼다.
그것이 바로 창의적 상처학의 핵심이다.
21세기의 교육은 더 이상 암기의 경쟁이 아니라 회복력(resilience)의 경쟁이다.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이를 “성장 마인드셋”이라 불렀다.
이제 청춘은 성적표보다 자신만의 ‘창의적 치유 일기’를 써야 한다.
그 일기 속에서 고통은 ‘소재’가 되고, 상처는 ‘언어’가 된다.
예술, 글쓰기, 철학, 대화 — 그것들이야말로 수능 이후의 진짜 공부다.
수능은 끝나지만, 삶은 계속된다.
“망했다”는 말은 ‘끝났다’의 언어가 아니라 ‘다시 시작한다’의 은유다.
그 말 속에는 아직 살아 있는 사유의 불씨가 있다.
그 불씨를 예술로, 철학으로, 자기 언어로 키워 나가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치유다.
결국 청춘의 상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그리고 그 예술은 ‘다시 쓰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