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여는 미래 의료의 문, 천안이 세운 교차로

AI 의료기기와 규제의 새 지평, 천안에서 열리다

예방의료 패러다임 전환, 인바디가 제시하는 건강데이터의 힘

의료데이터 표준화에서 규제샌드박스까지, 천안의 도전과 과제

2025년 천안혁신 플랫폼 융합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은 ‘미래의료’를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임상 의사, 연구자, 기업인, 정책 입안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천안이 미래 의료의 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논의했다. 이들의 토론을 통해 도출된 핵심 화두는 단연 ‘데이터’ 와 ‘규제 혁신’ 이었다.

 

2025년 천안혁신 플랫폼 융합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미래의료”에 대하여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류TV서울

 

천안시는 2017년부터 ‘미래의료’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충남도와의 협력, 대학과의 연계, 의료 인프라(단국대병원, 장병원 등)를 바탕으로 한 기반 조성은 이미 주목할 만한 성과다. 2023년 1차 용역을 마치고, 이제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안태훈 교수는 “클러스터 형태의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광주 AI 센터나 원주 의료기기 벨트와 같은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김영찬 전 서울지방식약청장은 AI 의료기기의 규제 문제를 짚었다. “의료기기는 약사법에서 독립시켜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현행 법체계가 첨단 기술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임을 드러냈다. 특히 WHO에서조차 “규제기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할 만큼, 우리나라는 규제 선진국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발표했던 국립암센터 이재동 박사는 “AI 의료기기 허가를 앞두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오히려 선도적”이라고 반박하며,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바디의 이동은 소장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방 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했다. “65세 이상이 아닌, 50세 이상부터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조기 예방에 활용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진단 기준 변경과도 맥을 같이한다. 특히 그는 낙상 예방을 사례로 들며, “근력, 평형감각, 신경 반응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인바디는 이미 지역사회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을 구축 중이며, 이를 통해 단순 진단을 넘어 예방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단국대병원 측은 임상시험 간소화를 규제 샌드박스 사례로 제안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에 대해 탐색 임상을 생략하고 바로 확증 임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기업의 출시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행 규제가 가진 비효율을 정확히 짚었다. 천안시가 추진 중인 ‘규제 박스’ 사업은 중앙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지역 기업에 맞춤형 규제 특례를 제공하는 제도로,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논의된 것은 ‘표준화된 데이터’ 의 중요성이다. 한 패널은 “각 기관이 제각각 수집한 데이터는 호환되지 않아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울산시가 만 명 규모의 유전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천안이 의료 데이터 허브로 성장하려면 초기부터 표준화된 포맷과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병원-연구기관-기업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 토론회는 천안이 가진 잠재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의료 인프라, 대학과의 연계, 정부 지원 사업 등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 이다. 데이터 기반 예방 의료로의 전환, 규제 혁신을 통한 기업 지원, 표준화된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천안이 대한민국 미래 의료의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작성 2025.11.12 10:30 수정 2025.11.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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