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깊은 상처 남은 한부모 가정
경제적 빈곤·정서적 고립 여전… 실질적 사회 지원 절실

한국의 이혼율이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혼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깊게 남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1.6명으로, 2003년 최고치(3.4명)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같은 해 총 이혼 건수는 10만 2천 건으로 2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혼율 하락이 곧 가정의 안정이나 부부관계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한부모 가정은 전체 가구의 7.2%, 약 150만 가구에 달했다. 이 중 **여성 한부모 가정의 상대적 빈곤율은 35.5%**로, **남성 한부모(16.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혼 줄었지만 갈등은 여전… 사실상 별거 부부 증가”
전문가들은 이혼율 감소의 이면에는 결혼 건수 자체의 급감이 있다고 분석한다.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 2천 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다. 법적 절차가 지연되거나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늘었고, 법적 관계만 유지한 채 사실상 별거 상태로 지내는 부부도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 조정 신청 건수는 4만 3천 건에 달해, 여전히 상당수 부부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혼, 감정부터 법적·심리적 단절까지 긴 회복의 여정
이혼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감정적 단절에서 심리적 회복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심리학자 바하난(Bahannan)은 이를 ▲감정적 ▲법적 ▲경제적 ▲공동부모 역할적 ▲공동체적 ▲심리적 이혼 등 여섯 단계로 구분했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심리적 이혼’은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재정립하는 과정으로, 완전한 회복에는 평균 5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자녀에게 더 깊은 상처… “이혼은 네 탓이 아니야”
부모의 이혼은 자녀에게도 큰 정서적 충격을 남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 청소년의 45%가 우울감을 호소, 이는 양부모 가정(28%)보다 17%p 높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느끼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전 배우자에 대한 비난 자제 ▲자녀에게 선택 강요 금지 ▲충분한 슬픔의 시간 보장 ▲“이혼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는 반복적 확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부모 10명 중 6명 “주거 불안정 겪는다”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한부모 가정의 가장 큰 고민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한부모의 62%가 주거 불안을 겪고 있으며, 58%는 자녀 돌봄 지원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한부모 가정의 지원은 단순한 생계비 지급을 넘어, 주거·돌봄·심리 상담 등 복합적인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동체 중심의 회복 프로그램 확산 필요
최근에는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한 상담 프로그램이나 지역 커뮤니티 모임이 늘고 있다. 이러한 지원그룹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정서적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가족상담 전문가들은 “한부모 가정이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전문가들은 이혼 후 회복이 성급히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의 회복뿐 아니라 자녀의 정서, 경제적 안정,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혼율은 낮아졌지만, 이혼 이후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혼율 감소’보다 **‘이혼 이후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다.
자료 출처: 통계청, 보건복지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2~2024), 『건강한 홀로서기』(금병달·김정진, 노란숲,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