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의료보다 사회적 지위에 달렸다”
마이클 마멋 교수, 30년 연구 끝에 밝힌 ‘지위 신드롬’의 경고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사는 현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대학교 공중보건학 교수 마이클 마멋(Michael Marmot)은 30여 년의 연구 끝에 이 같은 현상을 **‘지위 신드롬(Status Syndrome)’**이라 명명하며, 건강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사회적 불평등에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 소득이 높을수록 사망률 낮아져
마멋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은 병에 잘 걸린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는 소득, 교육, 직업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수명이 길어지는 **‘선형적 건강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난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소득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사망 위험률이 줄어드는 현상은 사회 구조의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 핵심 요인은 ‘자율성’과 ‘사회 참여’
마멋 교수는 건강 격차의 본질을 **‘삶의 자율성’과 ‘사회적 연결성’**에서 찾는다.
그는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건강하며, 사회에 참여할수록 행복하고 오래 산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예로 들며, “자신이 선택한 가난 속에서 자유를 누리는 로돌포는 건강하지만, 삶의 지배력이 없는 미미는 병들어 죽는다”며 “가난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성과 관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 직장에서의 지배력, 건강 좌우한다
마멋 교수는 영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화이트홀 연구(Whitehall Study)’를 통해, **직무 통제력(Job Control)**이 건강의 중요한 결정 요인임을 밝혔다.
그는 “업무 스트레스의 핵심은 업무량이 아니라 ‘요구와 통제의 불균형’”이라며 “일에 대한 자율성이 낮을수록 우울증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 고립된 사람일수록 더 병든다
그는 또한 “고독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하며, 사회적 관계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사회적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협력과 소속감이 강한 사회일수록 질병 저항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 건강 불평등 해소 위한 4가지 제안
마멋 교수는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를 통해 건강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음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아동기 평등 강화: 부모 지원 확대와 질 높은 유아 교육 제공
직장 내 자율성 보장: 일에 대한 통제력과 심리적 균형 확보
건강한 공동체 조성: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안전한 지역사회 구축
노년층 사회 참여 확대: 교통·복지 정책으로 사회활동 기회 보장
■ “더 평등한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다”
마멋 교수는 “불평등은 사회의 숙명이지만, 그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며 “건강 격차를 줄이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이 자율성과 사회 참여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변화도 효과를 낼 수 없다”며 **“건강은 의료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참고: 마이클 마멋 저,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The Status Syndr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