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조용한 산자락 사이에 자리한 티차연 치유농원. 이곳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건물도, 인공적인 조형물도 아니다. 푸른 수국의 물결, 그리고 무궁화의 청아한 빛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들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보이차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문미경 대표가 처음 농부가 된 것은 2012년. 당시 그녀는 도시의 빠른 삶에서 벗어나 자연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게 건강함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농업의 길에 들어섰다. 농사는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삶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한다.
"자연은 우리가 아무리 계획해도 그보다 더 큰 질서를 가지고 있죠. 그 속에서 배우는 건 겸손 이에요."
차 한 잔의 온도로 세상을 위로하다.
이곳의 중심에는 보이차가 있다. 차를 마신다는 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향을 맡고, 온도를 느끼며,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게 곧 마음의 쉼이라 한다. 문미경 대표가 차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단순한 음료의 영역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그녀에게 차는 치유의 도구, 그리고 소통의 방식이다.
티차연을 대표하는 체험 중 하나가 바로 보이차와 족욕 체험이다.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족욕통에 발을 담그면 세상 모든 긴장이 녹아내린다. 그 짧은 순간, 사람들은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낀다. 문 대표는 그 시간을 “마음이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많은 분들이 처음엔 ‘차 한 잔 마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고 하지만 막상 차를 마시고 족욕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걸 보게 된다. 그녀의 말처럼, 티차연은 오늘도 차 한 잔의 온도로 세상을 위로하고 있다. 그 안에는 단순한 ‘웰빙’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는 깊은 치유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농업,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길
문미경 대표의 농업 철학은 명확하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의 삶을 배우고, 농업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사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가뭄, 폭우, 냉해 그 어떤 해도 ‘쉽다’는 해는 없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자연의 변덕을 탓하지 않는다. 자연은 늘 자기 일을 하기에 그녀는 ‘기다림’을 안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땀방울을 견디며, 가을에 열매를 얻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연은 늘 ‘때가 되면’ 답을 준다는 것을. 그래서 티차연은 속도보다 온도를 중요시한다. 빠르게 자라는 농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자라나는 공간을 지향한다.
차와 사람, 그리고 관계의 회복

티차연의 이름에는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Tea(차), Cha(차), Yeon(연결) 즉, 차를 통해 관계를 잇는다는 의미다. 문 대표는 요즘 시대의 가장 큰 상처는 관계의 단절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 단절을 치유하기 위해 차를 매개로 사람들을 모은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으로 와서 흙을 만지고, 직접 차를 덖으며, "이게 진짜 차예요?" 하며 웃는 순간, 그녀는 행복을 느낀다.
티차연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라 치유농원, 교육농장, 그리고 소통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한다. 바로 “회복”이다. 마음의 회복, 관계의 회복, 그리고 삶의 회복...
"우리가 농업을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게 돕는 거예요. 그게 제가 농부로서 지키고 싶은 약속이에요."

티차연을 찾는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누군가는 지친 마음을 쉬러,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또 어떤 이는 단지 ‘보이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하지만 그들이 돌아갈 땐 공통된 마음을 품는다.
“오늘, 나는 치유를 선물 받았다.”
그 문장은 티차연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차를 매개로 자연과 사람이 다시 연결되는 그 순간, 문미경 대표는 비로소 농부로서의 제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한다.
티차연은 ‘쉼의 미학’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라는 농장. 그곳에서 우리는 잊고 지냈던 가장 단순한 진리를 다시 배운다.
'자연이 우리를 치유하고, 차가 우리를 잇는다.'
오늘도 티차연은 그렇게, 한 잔의 따뜻한 보이차 향기 속에서 세상을 위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