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대학이 무너진다.연세대·고려대 잇단 ‘집단 커닝’ 사태, 학문윤리의 붕괴 경고

생성형 AI, 학습도구인가 부정의 기술인가

비대면 수업의 그림자 속에서 무너진 윤리

성적’만 남고 ‘성실’이 사라진 교육 현장

윤리와 알고리즘의 충돌 - ⓒ마인드에코뉴스


국내 주요 대학에서 연이어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되며 대학 교육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챗GPT를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가, 고려대학교에서는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커닝이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비대면 환경에서 일어났고, 공통적으로 “AI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강의는 약 600명이 참여하는 인기 과목이었다.
지난달 중순 온라인 중간고사 도중 일부 학생들이 카메라 사각지대를 이용하거나 챗GPT에 문제를 입력해 답안을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담당 교수는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중간고사 점수를 전원 0점 처리, 자수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유기정학 조치를 예고했다.

 

이후 학생 커뮤니티 투표 결과, 200명이 넘는 학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고 응답해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교수는 “조사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의 계도”라고 강조했지만, 이미 신뢰의 균열은 깊어졌다.

 

고려대도 ‘1400명 교양강의’ 전면 무효
불과 보름 뒤, 고려대학교에서도 전례 없는 대규모 부정행위 사태가 발생했다.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라는 비대면 교양과목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문제 공유가 적발된 것이다.
수강생은 무려 1,400명. 일부 학생들이 시험 중 채팅방에서 문제와 정답을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협동 부정행위를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고려대는 즉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라며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결정을 내렸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 가담 인원을 조사 중이며, 추후 재시험 또는 대체 평가 방법을 논의 중이다.

 

‘AI 부정행위’는 대학의 구조적 문제 드러내
전문가들은 두 사건이 단순한 커닝이 아니라 “AI와 기술의 무분별한 활용이 불러온 구조적 윤리 붕괴”라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효율과 성과 중심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성적을 얻는 ‘수단’으로 AI를 이용하는 심리가 확산됐다”며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 다른 대학도 이미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91.7%가 과제·자료 검색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나,
전국 대학의 71.1%는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즉, AI 윤리교육 없이 AI 도구가 ‘평가를 대신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 교육의 허점, 윤리교육의 부재
두 대학 사례 모두 공통적으로 ‘비대면 시험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확산된 온라인 수업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였지만,
감독 사각지대와 학문윤리 교육의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연세대 사건에서는 시험 중 카메라 촬영을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다중 화면·AI 챗봇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답안을 생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 사건 역시 기술 플랫폼(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협업형 커닝이 벌어진 점에서 “디지털 윤리 부재”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윤리보다 효율”의 시대, 교육의 근간이 흔들린다
AI의 활용은 학습 도구로서 긍정적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나 윤리 없이 쓰이는 기술은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AI가 지식을 대신 써주는 시대에, 대학은 지식 전달보다 ‘사유하는 능력’과 ‘책임 있는 활용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I 윤리, 대학 교양의 중심으로 편입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AI 윤리 교육’을 대학 필수 교양과목으로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되고 무엇이 부정인가를 명확히 가르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이미 이번 사건 이후 ‘AI 활용과 윤리’를 주제로 한 긴급 공청회를 준비 중이며,
다른 주요 대학들도 비슷한 지침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I 리터러시가 새로운 인성교육이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사건은 AI 시대 대학이 직면한 경고장이다.
기술의 진보보다 빠른 윤리의 공백은, 교육을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AI가 인간의 생각을 대신 쓰기 시작한 지금,
교육기관이 지켜야 할 가치는 ‘정직·성실·책임’이라는 불변의 학문윤리다.
AI 시대의 진정한 리터러시는 지식을 생성하는 힘보다,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의 자제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성 2025.11.11 02:42 수정 2025.11.1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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