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조리도구 중 하나가 스테인리스 냄비다. 반짝이던 냄비가 누렇게 변색되거나 바닥이 눌어붙으면, 많은 이들이 본능적으로 철수세미를 꺼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문질러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뒤따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두 번 철수세미로 닦았다고 해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배출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스테인리스 강의 구조에 있다. 스테인리스는 철에 크롬과 니켈을 혼합한 합금 금속으로, 표면에 ‘산화피막(酸化皮膜, oxide film)’이라는 보호막이 형성되어 있다. 이 얇은 막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면서 자연적으로 재생되어 금속이 녹슬거나 부식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표면이 긁히더라도 피막이 다시 복원되기 때문에, 유해 성분이 인체로 침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모든 경우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테인리스 표면이 지속적으로 손상된 상태에서 산성 재료(식초, 토마토, 레몬 등)를 장시간 조리할 경우, 미세한 틈을 통해 소량의 금속 이온이 녹아나올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조리 전 끓는 물에 한 번 헹궈내는 과정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잔여 산성 물질이나 불순물이 제거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철수세미를 자주 사용하면 표면 광택이 점점 사라지고, 냄비가 거칠게 변한다. 기능적인 손상은 없지만 미관상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이럴 땐 부드러운 스펀지와 중성세제를 이용한 세척이 가장 이상적이다.
탄 자국 제거법도 알아두면 좋다. 냄비에 물과 베이킹소다를 1~2스푼 넣고 끓인 뒤 식혀 닦으면, 눌어붙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기름때가 심한 경우에는 식초물(식초 1 : 물 3)을 끓이면 냄비 속 기름 성분이 녹아내려 한결 깨끗해진다.
요약하자면, 철수세미로 한두 번 세게 닦는다고 해서 스테인리스가 망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부드러운 수세미를 사용해 표면의 보호막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좋다.
스테인리스 냄비는 자체 복원 기능이 있는 금속 합금으로, 일시적인 긁힘이나 마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장시간 산성 조리에 노출될 경우에는 금속 용출 가능성이 있으므로 세척과 헹굼 과정을 습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관리법을 익히면 스테인리스 냄비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