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여객기에는 왜 비상 탈출용 낙하산이 없을까?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객기에는 비상용 낙하산이 비치되어 있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객기는 일반적으로 고도 10~12km 상공, 시속 800~900km의 속도로 비행한다. 이 높이에서는 공기가 희박해 산소가 부족하고, 온도는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진다. 강풍이 시속 수백 km로 몰아쳐 낙하산을 펼치기도 전에 사람은 순식간에 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여객기의 비상구는 지상 탈출용으로 설계돼 있다. 비행 중 문을 열면 기내의 공기압이 한순간에 빠져나가 승객이 빨려 나가거나 기체가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 낙하산을 메고 나갈 만큼의 공간도 부족하며, 수백 명이 질서 있게 뛰어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진: 비상 탈출용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이미지, 챗gpt 생성]

낙하산을 안전하게 조작하기 위해서는 훈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승객 대부분은 그런 경험이 없다. 당황한 상태에서 잘못된 타이밍에 낙하산을 펼치면 오히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낙하산 대신 기체의 안전성을 높이고, 엔진을 이중화하며, 비상 착륙 절차와 구조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일부 경비행기에는 기체 전체를 낙하산으로 감싸 천천히 하강시키는 전체기 낙하산 시스템(CAPS)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이는 소형기 수준에 그친다.

 

결국 여객기에는 낙하산이 없는 이유는 ‘무관심’이 아니라 ‘현실적인 판단’이다. 고고도·고속 비행 환경에서 낙하산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객기의 안전은 낙하산이 아니라, 철저한 정비와 조종사의 숙련된 대응이 지키고 있다.

 

 

 

 

 

 

 

작성 2025.11.10 08:32 수정 2025.11.10 08:33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박준용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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