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50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지난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며, 이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고용 시장 불안정이 위험 회피 심리를 증폭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미국의 한 고용 컨설팅 기업(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의 감원 인원은 15만 3074명으로, 10월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지표는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5거래일 연속 이어지며 약 4791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 코스피 지수가 72.69포인트(1.81%) 하락하여 3953.7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핵심 기업 주식에 대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입니다.
현재의 원화 약세는 단기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소위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확장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달러 수요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는 원화를 팔고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며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조 304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2020년 대비 약 2.1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희은 한국은행 과장은 순대외자산 증대가 자본의 해외 유출, 국내 자본시장 투자 기반 약화, 그리고 달러 수요 증가로 인한 원화 약세 압력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동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확정 또한 외환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해당 자금이 해외 자산 운용 수익을 통해 조달되기에 국내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의 복원력 감소로 환율 개입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율 상승 압력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1500원대 진입 가능성과 장기적인 1400원대 유지 전망
현재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은 "미국의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강달러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의 기대가 원화 약세로 기울었다"며, 단기적으로 148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우리은행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환율이 15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기업과 개인 모두 높은 환율 수준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더 나아가 신한투자증권과 DS투자증권 등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지속적인 해외 투자 증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는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