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왜 요즘 이렇게 말이 없을까.” 많은 부모가 한 번쯤 해본 고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녀가 침묵하는 이유를 단순히 사춘기나 성격 탓으로 돌리기보다, 부모의 ‘경청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3년 실시된 여성가족부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9~24세)이 부모와 2시간 이상 대화한 비율이 2020년 조사 대비 아버지는 8.7%포인트, 어머니는 18.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려는 시도보다,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거나 해결책을 강요하는 순간 대화는 단절된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진정한 경청은 사랑의 표현”이라며, 아이의 말에 판단을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경청을 단순히 ‘귀로 듣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과정’으로 본다. 자녀가 “학교 가기 싫어”라고 말했을 때, “왜 또 그래?”라고 반응하기보다 “요즘 학교가 힘든가 봐?”라고 되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짧은 문장 하나지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이렇게 공감의 언어로 대화하는 습관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다.
최근 하버드대학교가 진행한 ‘긍정적 양육 연구’에 따르면, 경청 중심의 대화형 부모를 둔 자녀는 자기효능감과 정서 안정도가 평균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명령과 훈육 중심의 부모 아래에서는 아이들이 불안과 반발심을 더 자주 경험했다. 연구진은 “지시보다 경청, 훈육보다 대화가 자녀의 자율성과 공감 능력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현대 사회의 부모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의 말을 ‘듣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경청은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말의 이면에 있는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속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는 자존감의 시작이자, 올바른 인성의 밑거름이 된다.
최수안 박사(상담심리)는 “부모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순간, 가정의 언어가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명령이 줄고 공감이 늘어나며, 꾸중 대신 대화가 자리 잡는다. 아이는 더 이상 지적받는 존재가 아니라 이해받는 존재로 느끼게 되고, 이는 스스로를 조절하고 성장시키는 힘으로 이어진다.
결국 좋은 부모란 완벽한 조언자가 아니라, 좋은 청취자이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고, 판단보다 이해를 택하는 부모야말로 진정한 교육자다. ‘경청’은 자녀의 마음을 여는 열쇠이자, 세대 간 벽을 허무는 유일한 다리다. 말보다 귀로 사랑하는 부모, 그것이 올바른 자녀교육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