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 정말 잘했어!" "대단해!" "최고야!"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긍정적인 양육을 위해 칭찬이 중요하다는 육아서적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칭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경청'과 '공감'의 대화습관이다.
칭찬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결과 중심의 칭찬이 반복되면 아이는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 행동하게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도전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그림 잘 그렸네"보다 "어떤 생각으로 이 색을 골랐어?"라는 질문이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칭찬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아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그래서 네가 잘했구나"라며 성급하게 평가하거나,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위로보다는 격려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경청이 만드는 차이
진짜 소통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친구와 싸웠다고 말할 때, 부모는 즉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한다. 하지만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건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것일 수 있다.
"친구가 내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갔어"라는 아이의 말에 "그럼 선생님께 말씀드려야지"라고 답하는 대신, "속상했겠다.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아이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경청의 핵심은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그래서?"라고 물어보는 짧은 반응도 아이에게는 "나는 네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공감의 언어를 배우다
공감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울 일은 아니잖아"라는 말은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다. 어른의 기준에서는 사소한 일이라도 아이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일 수 있다.
"많이 놀랐구나", "화가 났었구나", "걱정이 됐겠다"처럼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았다고 느낀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형식적인 공감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진심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바쁘더라도 잠시 멈추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질문하는 대화의 힘
좋은 대화습관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오늘 뭐 했어?"라는 막연한 질문보다 "점심시간에 누구랑 놀았어?",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이 언제였어?"처럼 구체적인 질문이 아이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특히 열린 질문은 아이의 사고력을 키운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는 유도 질문 대신 "네 생각은 어때?",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실수나 실패를 겪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왜 그랬어?"라는 추궁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 아이를 문제 해결자로 성장시킨다. 부모의 질문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대화습관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먼저 하루 10분이라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저녁 식사 시간, 잠들기 전 침대에서의 대화는 좋은 기회다.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연습도 필요하다. 부모의 조언이나 충고는 아이가 먼저 요청할 때까지 참는 것이 좋다.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처럼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자.
"잘했어"라는 평가 대신 "네가 노력한 게 보여"라고 과정을 인정하는 말을 해보자. "넌 똑똑해"보다 "이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려고 했구나"라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아이의 성장 마인드를 키운다.
칭찬은 도구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건 대화를 통해 아이와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다. 경청과 공감의 대화습관은 아이에게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모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준다는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 발달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대화습관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의 작은 노력이 모여 관계를 만든다. 오늘 저녁,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칭찬보다 강력한 소통의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