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Dick Cheney) 전 미국 부통령이 2025년 11월 3일(현지시간), 폐렴과 심장·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체니는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강력한 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며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군사 개입과 감시 권한 강화를 이끌며, 부통령의 역할을 단순한 조력자에서 정책 결정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정치 인생은 공화당의 역사 그 자체였다. 제럴드 포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시작해 와이오밍주 하원의원 5선을 지냈으며,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아래서는 국방장관으로서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이 시기 체니는 ‘실용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았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신보수주의(네오콘)의 대표 인물로 변모했다.
체니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강력히 추진하며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한 자신이 한때 회장을 지냈던 에너지 기업 핼리버튼이 이라크 복구 사업에서 거액의 계약을 따내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조차 그를 “다스 베이더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권력의 중심에서 강력하고 비밀스러운 이미지로 군림했다.
말년의 체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했다. 그의 딸 리즈 체니가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 사태를 조사하자, 그는 트럼프를 “미국 공화국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2024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공화당 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삶은 권력, 충성, 논란, 그리고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결단의 연속이었다. 2018년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바이스(Vice)*는 체니를 냉철한 전략가이자 어둠의 권력자로 묘사하며 그 복합적 유산을 조명했다.
딕 체니의 사망은 미국 정치사에서 하나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