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시진핑 한중 정상회담 심층 분석: '실용 외교' 성과와 '북핵·사드' 숙제 사이의 딜레마
11년 만의 중국 국빈 방문 정상회담, '관계 전면 복원' 평가 속 외교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
성과: 통화 스와프 연장·AI 등 신산업 협력 논의... 민생 중심 '수평적 협력'의 공간 확인
숙제: 북한 비핵화 공동 대응 미흡·'한한령' 공식 해제 불투명... '핵심 이익' 충돌 여전
【서울/베이징 국제 외교 분석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1시간 35분간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경색되었던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을 위한 중요한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공식적으로 받는다.특히 이번 회담은 시 주석의 11년 만의 국빈 방한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 외교'의 첫 번째 성적표라는 점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5년간 70조 원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와프 계약 연장과 초국가적 스캠 범죄 공조 강화, 그리고 AI·실버 경제 등 새로운 협력 분야를 논의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꼽는다.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라는 핵심 의제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고,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한령(한류 제한령)'의 즉각적인 해제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을 ‘실용적 관계 회복의 시작점’으로 보되 ‘전략적 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I. '민생'에 집중한 실용 외교의 성과와 긍정적 평가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민생'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실용적인 영역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양국 관계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1. 경제·금융 안정화의 핵심 성과: 통화 스와프 연장
- 금융 안전망 확보:5년간 70조 원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은 이번 회담의 가장 확실한 경제적 성과로 꼽힌다.이는 한국 금융 시장의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정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지속성에 대한 강한 신호를 보여준다.
- 공급망 안정화:양 정상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이는 한국이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경제적 압박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중국 시장 내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하려는 실용 외교의 핵심 목표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 '수평적 협력'으로의 구조 변화 모색
잔더빈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학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등 중국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인공지능(AI), 바이오제약, 녹색산업, 실버 경제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고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화에 공감한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 경쟁 속의 협력 지향:전문가들은 양국 경제의 경쟁적 성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경쟁은 혁신을 촉진하는 데 이롭다며 한국이 중국을 '협력 파트너'로 본다면중국의 발전 속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이는 ‘호혜적 협력’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 민생 분야 공조:온라인 도박, 보이스피싱 등 초국가적 스캠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한 합의는 양국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을 위한 협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II. 여전한 전략적 숙제: 북핵, 사드, 그리고 '핵심 이익' 충돌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의 장기적인 안정과 직결된 북핵, 사드(THAAD) 문제 등 정치·안보 영역에서는 양국의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1. 북한 비핵화와 중국의 '건설적 역할' 모호성
- 원론적 합의에 그친 북핵: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지만,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머물렀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들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3국(한·중·일) 간의 구체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한다.
- '핵심 이익'에 대한 간접적 경고:시 주석은 공개 발언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 등 민감한 안보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억제 전략에 깊이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의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2. '한한령' 공식 해제 불투명과 문화 통제 강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한한령(한류 제한령)의 전면적인 공식 해제역시 미지수로 남았다.일부 정치권에서는 시 주석이 한국 가수들의 베이징 공연 제안에 호응했다는 긍정적 일화가 나왔으나, 대중문화교류위원회 등은 이를 '외교 석상에서의 원론적 덕담'수준이라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한다.
- 중국의 '문화·예능 통제 정책' 전환: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중국 전문가들은 한한령이 2021년경부터 '사드 보복'의 성격을 넘어 중국 당국의 청소년 팬덤 문화 통제 정책으로 변모했음을 지적한다.이는 한중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중국 사회 전반의 통제 장치로 진화한 한한령이 쉽게 해제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분석을 뒷받침한다.
III.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한중 관계의 미래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가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양국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한다.
1. 과제 1: '소통 채널의 정례화'와 신뢰 구축
- 잦은 만남의 중요성:외교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 간에 합의된 고위급 정례 소통 채널을 역내·글로벌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지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소통의 정례화는 양국 간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 민간 교류 증진:시 주석이 양국 국민의 감정 개선과 민간 교류 증진을 강조한 만큼, 인문 교류 및 지역 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민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 과제 2: 미중 갈등 속 '전략적 모호성'의 관리
- 경계 대상인가, 협력 파트너인가: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에게 “중국을 경계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협력 파트너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지만, 미국과의 철통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거스르지 않도록 '전략적 모호성'을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 중국의 전향적 역할 설득:한국 정부는 중국이 '체제 안정'이라는 이유로 핵 위협을 감행하는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국제 안보 질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며, 북핵 문제에 대해 견해차를 좁혀나가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시진핑 한중 정상회담은 경제·민생이라는 ‘실용’의 영역에서 관계 복원의 문을 열었으나, 북핵과 미중 갈등이라는 ‘전략적 안보’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안보 주권을 굳건히 지키는'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