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입의 시간, 멈출 수 없던 이유
지지난주부터 지난주까지의 시간은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자서전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하는 과정이었다. 아이디어의 초안에서부터 커리큘럼, 활동지, 인쇄본의 구조까지 모든 세부를 직접 설계했다. 하루 대부분을 책상 앞에서 보냈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노트북이 늘 곁에 있었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시간은 줄었고, 가족과의 대화도 짧아졌다.
아들은 “아빠, 또 일해?”라고 묻고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저릿했다. 아내에게도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지금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스스로 기획하고 구조를 세워나가는 일이 주는 긴장감과 설렘은 다른 어떤 일과도 달랐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피로는 단순한 신체의 반응일 뿐, 그 자체가 의미로 전환된다.
피로보다 앞선 기쁨
밤이 깊어가도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새벽까지 글을 다듬고, 아침 햇살이 들면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반복되는 과정이었으나 고통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육체는 분명 피로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충만했다.
“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피로는 의미로 변했다. 스무 살 이후 이렇게 한 가지 일에 몰입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때의 열정, 그때의 집중, 그리고 결과물을 향한 간절함이 다시 되살아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였다.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다. 사람은 힘들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아서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힘든 줄 모른다. 지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외부의 보상이 없어도, 결과가 불확실해도 그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내적 동력이 된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시 도전의 연료가 된다. 결국 좋아하는 일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과정의 의미와 배움의 확장
자서전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기록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일종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었다. 필자는 이 작업을 통해 기록이 개인의 도구를 넘어 사회적 관계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단지 즐거운 일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은 나를 살리고,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든다. 그 일이 지닌 의미가 확장될수록 피로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몰입의 흔적뿐이다.
좋아하는 일의 본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힘들지 않은 일’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든 줄 모르고 버틸 수 있을 만큼 몰입할 수 있는 일을 만나는 것이다. 필자에게 그것은 ‘기록’이며, ‘자서전 프로그램’이고, 앞으로 실현될 ‘전통찻집문화북카페 & 문화교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시간의 감각이 사라지고, 결과에 대한 불안보다 과정의 기쁨이 앞선다. 그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좋아하는 일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축이다.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늦어져도 괜찮다. 과정 속에서 배우고, 그 배움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면 이미 성공의 일부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 일 자체가 삶의 의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필자는 피로 속의 기쁨을 견고한 믿음으로 바꾸며,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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