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육부 앞에서 직접 폐마카 700개를 모아 ‘친환경 교실’을 외쳤다. 서울환경연합과 세종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문구·교구 구매 과정에 친환경 제품을 우선 반영하는 제도 마련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세종시 정부청사 앞이 초등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서울환경연합과 세종환경운동연합은 10월 31일, 세종 보람초등학교 6학년 라온반 학생 18명과 함께 교육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문구와 교구부터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지난 한 달간 학교 교실에서 수거한 폐마카 700여 개를 교육부에 전달하며 ‘학교의 녹색구매 의무화’를 요구했다.
학교는 미래세대의 환경의식을 길러내는 핵심 공간이지만, 여전히 교실 대부분은 일회용 플라스틱 문구류로 채워져 있다. 특히 보드마카와 유성펜, 수정테이프 등은 복합재질로 제작돼 분리배출이 불가능하고 대부분 소각·매립된다.
서울환경연합과 세종을바꾸는시민(세바시)팀은 아름다운가게의 지원을 받아 9월부터 세종시 초등학교 8곳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어택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교실 내에서 버려지는 문구류를 한 달 동안 수거·분석한 결과, 총 700여 개의 폐마카가 모였다.
이를 전국 11,835개 초·중·고등학교로 단순 환산하면, 연간 약 1,200만 개의 보드마카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문구류의 재활용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교실 속 플라스틱, 아이들 앞에서 버려도 되는가?”
이번 활동을 주도한 보람초 교사 최화영 씨는 “환경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마카를 버리는 모순을 느꼈다”며 “칠판 위의 마카와 교구 상자 속 플라스틱, 포스터를 붙이는 테이프까지 교실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 속 플라스틱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정부와 기업, 학교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며 “특히 학교 물품 조달 시스템이 친환경 중심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전한 편지 “학교부터 변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날 교육부와 문구업체 모나미에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정시아 학생은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102kg에 달한다”며 “학교부터 플라스틱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며, 변지유 학생은 “모나미 펜은 역사이지만 그 뒤에는 쓰레기산이 있다”며 “더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법은 있지만, 제도는 멈춰 있다”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제6조는 공공기관의 장이 녹색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각급 학교는 법률상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해당 규정을 적용받으며, 2025년부터는 사립학교도 의무구매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재까지 학교의 친환경 문구·교구 구매 현황을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지침과 평가 항목도 부재하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를 “법적 기반이 존재함에도 실행되지 않는 행정 공백”으로 지적했다.
환경단체 “녹색구매 실적 평가에 포함해야”
환경단체들은 교육부에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첫째, 각 학교가 예산의 일정 비율을 친환경 문구·교구 구매에 사용하도록 구체적 지침을 마련할 것.
둘째, 학교별 친환경 구매 실적과 폐기량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교육기관 평가에 반영할 것.
셋째, 문구·교구 제조기업이 리필형·재활용 가능한 제품 생산 체계를 조속히 구축할 것.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구매력은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학교가 녹색소비를 선도하면 산업 전반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칠판 위의 한 자루 마카가 던지는 질문”
환경단체는 이번 기자회견이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학교가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교실 속 플라스틱 문제를 교육 외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학교 현장에서부터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환경교육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