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부산이 평화를 말하다 — 2025 부산평화영화제 미리보기”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10월, 부산은 다시 한 번 ‘평화’를 이야기한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부산평화영화제(Busan Peace Film Festival)가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평화의 조건’이다. 단순히 전쟁의 부재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들어가는 ‘공존의 방식’에 대한 질문이다. 사회적 갈등, 환경문제, 인권과 차별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 상영되며, 평화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일깨운다.
영화제 관계자는 “올해는 ‘평화’가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며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나의 평화’가 무엇인지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9년 첫 출범 이후 부산평화영화제는 꾸준히 ‘평화’라는 화두를 이어왔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일상의 평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서 다뤄왔다.
올해 슬로건 ‘평화의 조건’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평화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가 충돌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떤 조건을 만들어가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한가를 되묻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국내외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30여 편이 상영된다. 작품들은 인권, 기후, 젠더, 난민 등 현대 사회의 갈등 지점을 다룬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해양적 개방성과 시민 중심의 정체성은 이러한 대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영화는 말보다 강한 언어다. 카메라는 증언하고, 화면은 기억을 남긴다. ‘평화의 조건’을 주제로 한 올해 출품작들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사회적 배제의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예를 들어, 한 감독은 난민 캠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평화의 결핍’을 그린다. 또 다른 작품은 기후위기 속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삶을 담아냈다.
그러나 부산평화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갈등의 끝에서 다시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상처를 직시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부산평화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 중심형 영화제’라는 점이다. 상영관은 대규모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보수동책방골목의 독립극장과 지역 도서관, 영화체험박물관 등 지역 문화공간에 흩어져 있다.
이 공간들은 그 자체로 ‘평화의 무대’가 된다. 관객들은 영화 상영 후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작품이 던진 질문을 함께 사유한다. 부산시민이 직접 운영진으로 참여하거나 자원봉사로 나서는 등 지역 공동체의 참여도 활발하다.
이처럼 부산평화영화제는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실천으로서의 평화를 보여준다. 영화가 사람을 잇고, 대화가 도시를 잇는 순간, 평화는 스크린 밖 현실이 된다.
이번 영화제는 단순한 상영의 장을 넘어 ‘기록의 의미’를 확장한다. 전쟁, 이주, 소수자 인권, 환경 등 현재를 기록하는 영화들은 미래 세대에게 ‘평화를 전하는 언어’가 된다.
특히 청소년 관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평화 감수성’을 주제로 한 영화교육 세션이 진행된다. 또한 부산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단편영화가 상영되어, 평화를 향한 세대 간 대화가 이어진다.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평화 시민상’ 시상식이 열린다. 평화를 주제로 한 영화 중 관객이 직접 선정한 작품이 상을 받는다. 관객의 선택이 곧 평화의 증언이 된다.
‘평화’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일상 속의 대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공존을 위한 작은 선택 속에서 자란다.
부산평화영화제는 스크린을 넘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평화의 장’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왔다.
10월의 부산, 우리는 영화 속에서 다시 묻는다.
“당신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기간: 2025년 10월 24일 ~ 26일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보수동책방골목 어린이도서관, 부산영화체험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