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일본의 20년이 말해준 ‘돌봄의 미래’

지역이 책임지는 돌봄, 그러나 불평등을 키운 제도의 역설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 한국형 통합돌봄의 설계도는 어디로 향하나

‘지역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한국이 2026년 시행을 앞둔 ‘돌봄통합지원법’을 준비하는 가운데,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20년 경험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자율성과 국가의 공공성, 그리고 당사자 참여의 균형을 제도 초기부터 확보하지 않으면 한국형 통합돌봄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제도 도입 이후, 의료·요양·예방·생활지원을 통합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목표 아래, 시정촌 단위의 자율적 운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재정과 인력 격차가 커지면서 지역 간 서비스 수준이 불균형해졌고, 농촌 지역에서는 의료 접근성 부족이 심화됐다. “준비 없는 분권화는 오히려 불평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가족과 지역 커뮤니티에 부담이 전가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공식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공식 돌봄이 확대되었고, 이는 가족 특히 여성에게 돌봄 책임을 과도하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재정 효율을 이유로 ‘재택 사망’을 장려한 정책 역시 “돌봄의 공공성을 약화시켰다”는 논란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통합돌봄이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중앙정부는 최소 서비스 기준과 인력 배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재정 취약 지역에는 별도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자 본인과 가족의 의견이 제도 설계와 평가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지역의 자율성과 공공 책임이 균형을 이루고, 돌봄의 주체가 지역이 아닌 ‘사람’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존엄한 노년의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작성 2025.10.17 18:20 수정 2025.10.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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