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낡은 풍경, 청년의 감각으로 새로 쓰다 — ‘단지, 감각한 기록展’ 개막
부산 영도구의 한 오래된 주공단지가 다시 빛을 받고 있다. 낡은 건물과 바랜 색감,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그곳에서 새로운 감각의 기록이 시작됐다.
2025년 10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상리종합사회복지관과 주공2단지 일대에서 열리는 ‘단지, 감각한 기록展’은 청년기록가들이 직접 마을을 걸으며 기록한 시각과 감정을 담아낸 결과 전시다. 이 전시는 부산시 청년프로그램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지역 청년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도시와 사람, 그리고 기억의 풍경을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기록’이라는 단어를 감각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진 기록을 넘어, 청년작가들은 단지 속에서 만난 인물, 공간, 시간의 층위를 시각 예술로 풀어냈다.
참여 청년기록가들은 오랫동안 지역의 변화를 기록하며 도시의 낡은 풍경에 담긴 인간적 온기와 공동체의 감정을 포착했다. 그들은 낡은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 담벼락의 균열, 오래된 놀이터의 철봉 같은 ‘일상의 미학’을 발견했다.
이 전시는 도시의 개발 논리에 가려진 평범한 삶의 장면들을 예술의 언어로 되살리며, 도시재생의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 공간은 주공2단지 일대와 복지관을 오가며 펼쳐진다. 그 구성 자체가 ‘단지의 기억’을 공간적으로 재현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청년들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그 기록을 시각화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부 작품은 주민이 직접 촬영하거나 손글씨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시는 단순한 예술 전시를 넘어 공동체가 함께 쓴 한 권의 마을 일기가 됐다.
이번 전시는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력지원사업 ‘모모의 예술공간(예명향)’이 주관하며,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문화 관계자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예술이 지역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강한 방식의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청년들은 단지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도시의 변화, 청년의 시선, 그리고 감각적 기록의 의미를 동시에 탐구했다. 이는 예술이 사회적 대화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단지, 감각한 기록展’은 화려한 설치미술이나 대형 프로젝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전시는 도시 속 잊힌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느린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관계자는 “빠르게 사라지는 도시의 한 장면을 청년들의 감각으로 기록하고 싶었다”며 “그 기록이 누군가의 기억이 되고, 또 다른 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도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지금, 예술의 언어로 다시 살아 숨 쉬고 있다.









